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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위안부 피해자 매춘부로 모욕한 램지어 교수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552 등록일2021-04-13

external_image최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하고 간토 조선인 학살도 부정하는 내용의 논문을 써 파문이 일고 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크림슨은 지난 27일 게재된 기사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으로 국제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고 노동을 하였으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일본군이 매춘부 모집업자와 협력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군대를 따라다니는 매춘부들은 전쟁의 위험 때문에 일반 매춘부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이에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버몬트주 한인들이 하버드대 정문 앞에서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6일 오후 130분에 규탄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발적으로 논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입장을 표했다. 미 전역의 법대 학생 800명도 이 서명에 연명했다. 이와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한 듯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주요 도시인 펜실베이니아주에 필라델피아 시의회가 통과시켰다. 지난달 417명의 시의원이 모두 참석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램지어의 논문 파문에 하버드 내외에서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에커트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시카고 대학에서 램지어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알레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도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더든 교수는 덧붙여 램지어 교수는 앞뒤 사정이나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논문은 개념적으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쓰였다라며 질책했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는 현지 시간 지난달 9일 홈페이지에 아시아 센터장인 제임스 롭슨 하버드 교수와 석지영 로스쿨 교수의 램지어 논문 관련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1997년에 설립된 하버드대 아시아센터는 아시아 연구에서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기관이다. 석지영 교수(이하 석 교수)는 지난 2월에 뉴요커에 기고한 위안부의 진실을 찾아서에서 소개한 위안부 계약서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석 교수는 일본 위안부 피해자와 일본군 사이에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특별하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램지어 교수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고 인정했다. 증거가 사라진 경우 남아있는 증거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추정해내는 것이 학자의 일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다. 석 교수는 이어 논문은 처음 접했을 때 또 다른 역사적 증거를 확보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사학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계약서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역사학자들은 이곳저곳에서 램지어 교수가 주장한 증거의 조각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들어맞는 증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도덕적인 분노나 한일 관계 때문이 아니라 학문 진실성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가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교양지인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망언 논란을 비판하면서 램지어 교수와 주고받은 이메일 또한 공개했다. 이메일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계약을 맺었다는 계약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 된다. 게다가 다른 교수들이 10살 일본 소녀가 자발적으로 매춘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은 잘못된 기술이라고 비판하자 램지어 교수는 당황스럽고 괴로웠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석 교수는 말했다. 많은 규탄을 받던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결국 이달 6일 미국 샌츠란시스코 시의회에 의해 규탄되고 말았다.

글 윤정빈 기자

그림 김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