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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41호] 암표와의 전쟁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2,563 등록일2024-04-11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또는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거금을 쓸 작정을 해도 도무지 표를 구할 수 없어 좌절하는 이가 많다. 가수 임영웅이나 아이유 등의 콘서트가 대표적 사례다. 그 배후에는 암표의 존재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공식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이던 대중예술 분야 암표 신고 건수가 2022년에는 4,224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 경기 역시나 입장권 정가에 100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암표상들이 많은 표를 얻는 방법으로는 온라인 예매 시스템의 맹점을 파고드는 ‘매크로 티케팅’이 대표적 이다.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으로 입장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대신 티케팅을 해주는 일명 ‘대리 티케팅’ 문화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대신하여 티케팅을 해준 후 그에 대한 수고비를 받는 형식이다. 또한, 티켓을 양도받고 의심을 피하고자 구매자의 아이디로 옮겨 주는 일명 ‘아옮(아이디 옮기기)’도 생겨났다.

우리 대학 익명의 A 학우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고 싶은데 매번 티케팅에 실패하다 보니 대리를 맡겨 공연에 가는 것이 당연해졌다”며 “돈을 더 주고 가는 것이 못 가는 스트레스보다 낫다”고 말하며 암표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암표 문제에 대해 주최 측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2일부터 총 4회 열린 가수 아이유 단독콘서트 주최 측은 부정 티켓 거래로 간주되는 표를 취소시켰다. 또한 이상 거래로 감지된 예매자들은 공식 팬클럽 영구 제명, 공연 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암표와의 전쟁은 끝이 없어 보인다. 또한 정상적으로 티켓팅한 소비자들도 비정상적인 접근이라며 티켓을 무통보 취소 받는 사례도 있어 암표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 22일부터 개정 공연법이 시행됨에 따라 암표 근절 정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정된 공연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과 관람권을 구매한 후 다시 판매하는 부정 판매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매크로 암표 거래로도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 경각심을 줄 수 있다. 또한 문체부는 3월 초부터 공연·스포츠 암표를 원스톱으로 신고할 수 있는 통합 신고 웹사이트도 열었다. 소비자 제보를 토대로 암표 거래 정황을 파악한 뒤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겨 처벌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암표 거래는 지속되고 있다. 얼마나 벌할지는 분명해도, 어떻게 그 많은 암표상을 잡을지에 대해선 아직 미덥지 못하다. 매크로 의심을 피하기 위한 아옮, 대리 티케팅까지 시스템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암표와 관련한 더욱 촘촘한 제도가 생겨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피해 보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

한선영 기자

그림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