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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40호] 하수구에서도 별은 볼 수 있다, <소년시절의 너>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2,648 등록일2024-03-13

2019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소년시절의 너>는 주인공 첸니엔과 샤오베이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 한지 5일 만에 흥행 수익 1,400억 원을 돌파했고, 최종 2,600억 원이 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아시아 필름 어워드와 금계장 시상식에서 첸니엔 역을 맡은 배우 주동우가 여우 주연상을 수상해 화제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 중국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한 배우 이양천새가 샤오베이 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방학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불량 마스크팩을 파는 엄마와 둘이 살며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첸니엔은 명문대에 가면 인생이 나아질 거라 믿고 오직 공부에만 매진한다. 그러나 평범했던 삶도 잠시, 같은 학급에서 학교폭력을 당해 자살한 학생에게 겉옷을 덮어 주었다는 이유로 그녀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후 학급에서 새로운 괴롭힘 대상이 되면서 첸니엔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

영화 속 학교의 분위기는 잔혹하다. 교내는 기계처럼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교폭력을 당하는 학생들로 인해 슬픔과 고통으로 물들어있다. 첸니엔을 향한 괴롭힘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이에 맞서 그녀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가해자들 대부분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이 사실을 묵인했다.

한편, 첸니엔은 하굣길에 불량배 3명에게 홀로 맞고 있던 샤오베이를 도와주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방과 후에도 첸니엔의 집 앞까지 찾아와 그녀를 괴롭히는 가해자들을 피해 첸니

엔은 샤오베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게 서로 세상을 지켜주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말하지 않고 눈으로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연출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첸니엔과 샤오베이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온전히 서로를 위한 행동들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그 어떤 수업도 우리에게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는 대학 입시만을 위해 교육하는 사회와 한창 보호받으며 자라야 할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의 무관심함을 비판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교사, 경찰, 부모 등 어른이라는 사람은 모두 어린 두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고 결국 가장 힘든 시기에 두 주인공은 서로만이 서로를 의지할 수 있게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끝까지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첸니엔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명문대에 진학하면 인생이 나아질 거라 굳게 믿었던 그녀는 끝내 베이징 대학교에 합격하고 훗날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영어 강사가 된 첸니엔은 반에서 왕따당하는 학생을 발견한다. 첸니엔은 그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에게 말을 걸고 함께 하교하며 그 학생을 지켜주었다. 이 장면은 시대가 흘러도 사회가 규정지은 약자가 존재하고, 강자가 있는 한 폭력은 이어진다는 현재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첸니엔과 같은 어른이 있기에 약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 첸니엔이 어린 시절 자살한 학생에게 겉옷을 덮어주고, 어른이 되어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그 한 번의 용기가 피해자에게는 분명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하수구에서도 별은 볼 수 있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차갑고 외로운 삶 속에서 서로를 믿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두 주인공을 보며 연약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삶이 너무 힘들

어 한 줄기 빛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한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