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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40호] 디지털 소외, 더 이상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2,674 등록일2024-03-13

작년 11월에 방영한 JTBC 프로그램 <밀착카메라>는 ‘디지털 소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한 노인의 사연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로야구팀 LG트윈스의 팬인 이은섭 노인은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갔지만, 표가 매진되어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작년 KBO 한국시리즈 경기는 온라인에서 사전 예매 후 취소표를 현장에서 구매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온라인에서 이미 표가

전석 매진 되어 현장에서 표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취소표 조차 온라인으로 먼저 예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표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은섭 노인은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야구장을 떠날 수 없었다. 또 다른 한 노인 관중은 “딸 덕분에 겨우 야구를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야구 경기를 직접 관람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 할머니가 카카오 택시 어플 이용에 익숙치 않아 한 시간동안 길가에 서 있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젊은 여성이 할머니를 도와드린 사연이 있다. 겨우 택시를 탄 할머니는 기사에게 “택시가 이렇게 많은데 이미 다 카카오 택시 어플로 예약된 상태여서 택시를 탈 수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 사연이 인터넷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이에 공감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 대부분은 디지털화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문을 키오스크를 통해 받는 가게가 대다수며, 대중교통과 미용실 같은 경우에도 모바일로만 예약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사회에서 소외 당하는 계층도 생겨나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한 노년층과 젊은 층 사이의 격차는 노인들에게 극심한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지난 3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초고령 사회를 앞둔 국내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로 노인의 인권이 침해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노인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될 수 있다”며 “이는 노인의 존엄한 삶을 누릴 권리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인권 현안”이라고 디지털 소외의 문제점에 대해 밝혔다.

한편, 프로축구팀 부천FC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지난 시즌 39라운드 전남전 경기에서 현장 판매 전용석을 만들었다. 가변석의 일부 구역을 현장 판매 전용으로 할당해 판매한 것이다. 이러한 부천FC의 모범 방안과 같이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도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

디지털 소외는 오직 노년층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전자기기를 손쉽게 사용해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더욱 빨라지는 기술 발전 속도와 피할 수 없는 노화로 인해 언젠가 그들도 디지털 소외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포용과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연령대가 디지털 시대에 함께할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오길 희망한다.


글 한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