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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聊齋志異), ‘요재라는 호를 가진 사람이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성자신문방송국  조회수921 등록일2023-03-13

1. ⟪요재지이(聊齋志異)⟫는 어떤 책인가? ⟪요재지이⟫는 ‘요재라는 호를 가진 사람이 기록 한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명대에 출 간된 사대기서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 기⟫, ⟪금병매⟫에 청대의 ⟪요재지이⟫, ⟪유림외 사⟫, ⟪홍루몽⟫, ⟪금고기관⟫을 더해 팔대기서(八 大奇書)라고 부르는데, ⟪요재지이⟫는 그중 유일한 문언단편소설집이다. 중국어 구어체가 아니라 고문(古 文)의 길고 짧은 단편 500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고전문학의 가장 빼어난 정화 중 하나지만 ⟪삼국지연 의⟫ 등에 비하면 한국 독자에게 많이 알려진 책은 아 니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중 내용이 판타지 일색인 데다 자유로운 성과 사랑을 구가한 탓에 성리학적 도 덕과 윤리가 금과옥조였던 이 땅의 선비들에게 환영받 지 못한 탓이 컸다. ⟪요재지이⟫의 주인공은 주로 귀 신과 여우, 사물의 정령들이다. 아울러 인간 세상의 실 패한 군상들이 조연으로 등장해 기상천외한 이야기들 을 통해 인간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을 묘사한다. 동양 의 아라비안나이트라 일컬어질 정도로 기이한 소재가 넘치고 문체도 현란하지만 곳곳에서 인간의 심리를 꿰 뚫는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어 세대를 불문하고 읽는 이들을 항상 열광시켰다. 지금도 영화나 TV드라 마 뿐아니라 설창(說唱), 만화, 동화, 회화, 소설 등등 거 의 모든 예술장르에서 스토리가 끊임없이 응용되고 재 생산되는 콘텐츠의 보고가 바로 ⟪요재지이⟫다. 모 택동 같은 중국 지도자도 틈만 나면 이 책의 원전을 탐 독했으며, 주인공을 바꿔가며 몇 년마다 다시 찍는 ‘천 녀유혼’ 같은 영화의 저본 역시 이 책 안에 들어 있다. 서명은 낯설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면 낯익은 이야기들 이 숱하게 발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렇게 아름다운 책의 저자는 평생을 낭만적인 사 랑 속에서 신선처럼 살아간 사람으로 여겨질 듯싶다. 그러나 요재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은 한평생 허 리 한번 펼 겨를 없이 남의 집 가정교사로 삶을 마쳐 야 했던 불우한 지식인이었다. 일흔두 살 때까지 과거 시험에 매진했지만 번번이 관직에 나갈 수 있는 마지 막 단계에서 좌절하며 실의 속에서 목숨을 마친 불운 한 문학가가 포송령이었다. 이민족인 만주족 점령 하 의 청대 초기 사회에서 가난한 한족 지식인의 숨통을 틔워줄 출구란 아무 데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 에서 비롯된 좌절감은 그에게 창작에 몰두할 여지를 주었고, 덕분에 살아 생전 실패만 거듭했던 포송령은 역사에 길이 남는 문학의 거장이 될 수 있었다. 살아서 는 산동성 벽촌의 일개 서생에 불과했지만 어떻게 삶 의 고통을 극복해야 하는지, 평범 속의 위대함이 뭔지 를 책을 통해 모두에게 일깨워준 것이다. 인생의 쓸쓸 함과 비애를 문학으로 승화시켜 인류에게 기쁨을 안겨 준 명랑한 촌로, 가장 인간적인 성자의 초상으로 포송 령은 그렇게 각인된다. ⟪요재지이⟫에는 환상과 낭 만이 도처에 넘쳐흐른다. 하지만 결코 인간의 삶과 윤 리에서 벗어나지도 않는다. 저자의 시선은 언제나 인 간에 머물고 있으며, 사람 사는 도리를 엄숙한 설교가 아닌 해학으로 일깨워준다. 삶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 는 사람들을 위해, 또 그러한 자신을 위해 포송령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책의 집필에 전념했다. 그는 상상 과 웃음이야말로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원하는 명약임 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망각한 것도 아니 었다. 이 책의 장점은 초현실 문학인데도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초등학생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세대에 따 라 다른 답을 내려준다는 묘미가 있다. 용솟음치는 정 서적 자극과 지혜의 세례가 넘치는데 또 아무리 퍼마 셔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무궁무진 재미를 안겨준 다. ⟪요재지이⟫를 밤마다 한 편씩 읽으면서 우리 학 생들이 문학과 인간에 대해 보다 깊이 성찰하고 성장 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