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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밑을 내려다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손, 책상, 휴대폰, 방바닥 등이 보일 것이다. 커피, 노트북 등의 사물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팔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엔 위를 올려다보자. 천장, 하늘, 구름 등 뭐가 되었든 멀리 있는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장 팔을 뻗는다고 해서 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해 전략을 세워야만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뇌는 세상을 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본다. 이미 가진 것과 아직 가지지 못한 것. 위 상황에서 뇌에게 눈높이 아래의 것들은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얻을 수 있는 이미 가진 것들로 인식된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눈높이 위를 보며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화학물질을 딱 한 가지 사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로,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우리를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도파민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가지고 싶게 하는 것이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많다면 일, 성, 게임, 약물 등 각종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
도파민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욕망 회로와 통제 회로이다. 욕망 회로는 스릴과 쾌락에 목마르게 해주고, 통제 회로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게 해준다. 욕망 회로가 클수록 중독의 위험이 큰 반면 통제 회로가 클수록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래지향적 화학물질인 도파민과 대비되는 개념은 엔도르핀,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과 같은 현재지향적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이미 가진 것에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단골 가게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 오래된 친구와의 정, 친밀함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만약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면 현재 상황에 완전히 만족한 상태가 되어 배부른 돼지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즉, 도파민은 좋다 혹은 나쁘다와 같이 이분법으로 잘라내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의 결론은 다소 진부하다. 저자는 미래지향적 화학물질과 현재 지향적 화학물질 둘 중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덧붙여 저자는 이상적인 진로 방향으로 도파민의 힘을 통해 열정을 갖고 한 분야에 꾸준히 매진하여 그 분야에 통달한 뒤, 현재지향적 물질이 주는 기쁨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부한 결론임에도 이 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파민이라는 안경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 짧은 연애만 반복하는 사람들, 택배 중독자, 게임을 끊지 못하는 사람 등 이전 같으면 그냥 사람마다 다르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겠지만, 도파민이라는 안경을 쓰고 현상들을 바라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글 한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