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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책장을 넘기며)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794 등록일2020-09-10

지금 당장 밑을 내려다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 책상, 휴대폰, 방바닥 등이 보일 것이다. 커피, 노트북 등의 사물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팔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엔 위를 올려다보자. 천장, 하늘, 구름 등 뭐가 되었든 멀리 있는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장 팔을 뻗는다고 해서 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해 전략을 세워야만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뇌는 세상을 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본다. 이미 가진 것과 아직 가지지 못한 것. 위 상황에서 뇌에게 눈높이 아래의 것들은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얻을 수 있는 이미 가진 것들로 인식된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눈높이 위를 보며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화학물질을 딱 한 가지 사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로,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우리를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 도파민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가지고 싶게 하는 것이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많다면 일, , 게임, 약물 등 각종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

도파민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욕망 회로와 통제 회로이다. 욕망 회로는 스릴과 쾌락에 목마르게 해주고, 통제 회로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게 해준다. 욕망 회로가 클수록 중독의 위험이 큰 반면 통제 회로가 클수록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래지향적 화학물질인 도파민과 대비되는 개념은 엔도르핀,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과 같은 현재지향적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이미 가진 것에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단골 가게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 오래된 친구와의 정, 친밀함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만약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면 현재 상황에 완전히 만족한 상태가 되어 배부른 돼지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 도파민은 좋다 혹은 나쁘다와 같이 이분법으로 잘라내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의 결론은 다소 진부하다. 저자는 미래지향적 화학물질과 현재 지향적 화학물질 둘 중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덧붙여 저자는 이상적인 진로 방향으로 도파민의 힘을 통해 열정을 갖고 한 분야에 꾸준히 매진하여 그 분야에 통달한 뒤, 현재지향적 물질이 주는 기쁨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부한 결론임에도 이 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파민이라는 안경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 짧은 연애만 반복하는 사람들, 택배 중독자, 게임을 끊지 못하는 사람 등 이전 같으면 그냥 사람마다 다르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겠지만, 도파민이라는 안경을 쓰고 현상들을 바라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글 한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