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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510호] (문학산책) 천천히 가는 시계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668 등록일2020-10-05

천천히 가는 시계          나태주

 

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

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팔꽃이 피어서

날이 밝은 것을 알고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

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 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가고

시도 쓸 만큼 써 보았으니

인제는 나도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하나쯤 내 몸 속에

 

기르며 살고 싶다

 

 

이 시에서 새(수탉, 뻐꾸기, 부엉이)의 울음소리로 아침, 점심, 저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꽃(나팔꽃, 연꽃, 분꽃)의 향기로 날이 밝고, 해가 높이 뜨고, 해가 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제출 시간에 맞추어 과제를 하다 보면 시간에 쫓기며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의 틈을 천천히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남들에게는 빠르게, 빠르게 가지만, 나에게 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글 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