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대학신문방송국

HIGHHANBAT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교양

[513호] (영화를 벗기다) 박찬욱 일대기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495 등록일2021-01-19

박찬욱 감독(이하 박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특유의 잔혹하고 난해한 스타일로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대표작 <올드보이>를 통해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렸다. 2017년에는 뉴욕타임스에 한국 영화를 세상에 알린 남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박 감독의 첫 흥행 작은 <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군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우정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표출한 영화이다. 해당 작품은 <쉬리>와 함께 2000년대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첫걸음이 되었다. 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출세하게 되었다.

차기작 <복수는 나의 것>은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유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잔혹하게 다루며 대중성을 포기해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를 기반으로 박 감독은 <올드보이>를 제작하게 된다. <올드보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나오기 이전까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영화로 소개될 만큼 그 위상이 대단했다. 특히 극 중에서 오대수(최민식)181로 결투하는 집단 액션 신을 3분 동안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한 장도리 신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당시 칸 영화제에선 이 장면 이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칸 영화제 관객들은 아무리 유명한 감독의 영화일지라도 재미가 없는 작품이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나가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장도리 신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장면은 이후 <리포 맨>,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데어데블> 등 수많은 작품에서 오마주가 되기도 하였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 이후 2005<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을 완성하게 된다. <친절한 금자씨> 개봉 당시 박 감독은 복수라는 주제는 일상의 분노를 억누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흥미 있는 주제다라며 복수 3부작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올드보이>의 흥행으로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이 컸다. 특히 2003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이영애의 파격적인 변신 소식도 기대감에 한몫했다. 결론적으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총으로 손목을 날리는 장면 등 박 감독 특유의 잔혹성과 더불어 아동 유괴살해, 속죄 등 무겁고 우울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퍼지며 개봉 첫 주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2009<박쥐>를 통해 다시 한번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게 된다. 뱀파이어 물 <박쥐>는 개봉 직후 관객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구원과 죄악’, ‘자유와 구속’, ‘생존과 죽음등 너무 많은 주제를 담으려 했다고 보는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잉으로 넘쳐난 졸작’, ‘장르가 뒤섞인 산만한 영화라는 평과 함께 박 감독의 슬럼프 설을 제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 감독은 내 영화 중에 가장 감각적인 작품을 의도했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영화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쥐>에 대한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들이 등장하며 현재 <박쥐>는 개봉 당시 반응과 반대로 박 감독의 고유 스타일이 가장 두드러진 작품으로 재평가되었다. <박쥐>가 개봉한 지 10년 지난 후인 2019년에도 박 감독은 내가 만든 영화 중 <박쥐>를 가장 아낀다.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내 기준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박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6년에 개봉한 <아가씨><박쥐> 이후 박 감독의 7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다. <아가씨>는 두 여자의 사랑과 죄의식을 3부로 나뉘는 독특한 구성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특히나 류성희 미술감독의 미장센이 돋보인 작품이다. 국내에서 <아가씨>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임에도 428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각종 시상식에서도 영국 아카데미, 칸 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현재 박 감독은 탕웨이, 박해일 주연의 <헤어질 결심>을 제작하고 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줄거리만 봐도 벌써부터 박 감독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한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