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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04호] 나를 찾아서

작성자한동욱 기자  조회수71 등록일2020-02-27

몇 달 전, 우연히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의 성격을 MBTI로 분석한 댓글을 보았다.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했다. 이에 호기심이 생겨 다음날 바로 우리 대학의 상담센터에 가서 MBTI 검사를 했다. 백여 개의 질문에 답한 후 나의 성격 유형을 확인하고, 그 성격 유형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사실 검사를 받기 전부터 성격 유형 자체보다는 성격 유형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관심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목적은 지금 내 위치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나의 성격을 최대한 활용해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의식을 갖고 MBTI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먼저 MBTI 자체에 대한 의심을 없애고 신뢰를 높이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었다. 왜냐하면, 검사 결과에서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다 보니 MBTI 검사를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류 수준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MBTI를 약식으로 검사할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하며 검사를 부탁했고, 각자의 유형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어보고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검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총 20명 중 19명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사람들 각각의 결과를 보고 내가 판단하기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너무 똑같다며 소름 끼쳐 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1명은 그의 성격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내가 봐도 해당 유형은 그 친구와 전혀 다른 유형이었다. 검사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직접 그 친구의 성격 유형을 추론했다. 그 결과, 그 친구의 성격 유형을 찾는 데 성공했다. 아마 해당 사이트가 약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 것 같았다. 이로써, MBTI 검사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다. 알고 보니 MBTI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심리 검사였으며,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과 관공서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었다.

유명한 검사이다 보니 그만큼 자료가 많았다. 그중에서 나의 유형의 특징에 관한 글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직접 하나하나 읽어보며 공감이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했다. 대부분이 나와 비슷했지만, 공감이 되지 않은 특징도 한 번 더 의심했다. 혹시나 지금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며 나 자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충격을 좀 받았다. 평소에 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평소에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습도 깊게 생각하며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보니 나의 모습이었던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나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좋았다. 나를 알고 나니 이제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졌다.

대표적인 내 성격 유형의 특징 중 하나는 게으르다는 점이었다.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원래 목적에 맞게 나의 게으름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내가 생활하는 공간부터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설거지, 빨래를 한 번에 몰아서 하고 빨래가 마른 후에 개지 않고 그냥 건조대에서 하나씩 사용하면서 살았다. 이걸 먼저 해결하고 싶었다. 어질러진 환경보다는 정돈된 환경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보기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나만의 해결책을 찾았다. 이후로는 빨래와 설거지가 밀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고, 정돈된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이후에는 더 나아가 나의 성격을 최대한 활용하여 단점을 보완해나갔다. 나만의 돈 관리 방법을 찾아 매달 부족하던 용돈이 남는 지경에 이르러 저축까지 하게 되었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해 평생 내 의지로 책 한 권을 사서 읽지 않았던 내가 지난 학기에만 6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알람을 미루지 않고 바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법, 스마트폰을 가장 잘 활용하는 법, 삶에 의욕이 없을 때 해결법 등을 찾는 데 성공했다.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여자 친구와의 사소한 갈등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여자 친구의 말에 공감을 잘 못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내 성격 유형이 대부분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이를 받아들이고 개선해 지금은 누구보다도 여자 친구의 말에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나 자신에 대해 공부하며 가장 크게 와닿은 말이 있다. 바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주어진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파악만으로는 발전하지 못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때 발전이 이루어진다. 만약 내가 나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만 그쳤다면 지금도 내 방은 어질러진 상태였을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 이전까지는 진부하게 들렸었지만, 이번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좌우명으로 삼게 될 정도로 크게 뇌리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