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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13호] 가끔씩은 멍을 때려보자!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456 등록일2021-01-19

[513] (덕명 한소리) 가끔씩은 멍을 때려보자!

   현대 사회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정보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정보화 사회다. 어디를 이동할 때, 휴식할 때조차 우리의 시선은 휴대폰으로 가며 잠자는 시간 빼고는 뇌가 편안히 쉴 틈이 없다. 그야말로 편안히 멍 때리는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불멍이라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불멍은 어떤 대상을 멍하니 바라본다는 의미로 불멍뿐 아니라 어항 속 물고기를 바라보거나 강을 바라보는 물멍도 있고, 운동 시설 영업 제한으로 인해 등산을 통한 산멍도 있다. 청동 또는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싱잉볼을 나무 막대기로 쳐 눈을 감고 멍하니 소리를 듣는 소리멍’, 이외에도 숲멍’, ‘바람멍등 현재 사람들은 다양한 대상을 가지고 멍을 때리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멍을 때린다는 것은 한 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해 비생산적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다 멍 때리기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서울에서 열린 1회 멍 때리기 대회부터이다. 이 대회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의도로 처음 개최되었으며 규칙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15분마다 심장박동수를 측정해 관람하는 시민의 투표에 따라 누가 더 멍을 잘 때리는지 평가되어 우승자가 뽑히게 된다. 90분 동안 진행되는 이 대회는 휴대전화 확인, 대화, 졸거나 잠자기, 시간 확인, 독서, 웃음 등이 금지되며 불편사항이 있을 경우 세 가지 색상의 히든카드를 이용해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기만 하면 우승하는 대회이다. 대회가 처음 개최되었을 때는 특이함 때문인지 실시간 검색어와 여러 커뮤니티에 계속 올라올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또한 가수 크러쉬도 참가해 우승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며 멍 때리기 대회는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아주 좋습니다. 마음이 편해지고 아주 좋아요라며 대회에 대해 만족했다. 대회의 인기는 해외까지 퍼지며 중국, 대만, 네덜란드 등 다양한 나라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멍 때리기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그 인기가 절정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프로그램에는 연예인들이 불을 보고 멍하니 있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고 의뢰인 집을 연예인들이 찾아준다는 주제로 방영되고 있는 MBC <구해줘! 홈즈>불멍 물멍 하우스가 의뢰인의 선택을 받으며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멍 때리기의 대세를 증명하였다. 이런 멍 때리기의 인기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미니 화로대 출시로 이어지고, 직접 불을 보며 멍 때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에는 장작 타는 영상의 ASMR이 업로드 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덧붙여 물멍을 하려고 어항을 드리는 사람들도 늘어나며 사정상 어항을 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족관과 카페도 생겨났다.

SNS에 올라온 불멍과 물멍에 관한 게시물은 16일 기준 각각 33, 6만을 넘었다. 여러 인터넷 카페에서는 불멍 때문에 캠핑하러 간다라며 인증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불멍과 관련된 캠핑 도구의 매출이 이마트의 경우 작년 기준 2018년에 비해 17%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멍을 때리려고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너무 바쁘게 사느라 놓친 부분도 생각하게 된다”, “불멍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과부하가 걸릴 때가 많은데 머리를 정리할 수 있어 개운해진다라는 등 이유는 대체로 비슷했다.

실제로 멍을 때리면 우리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에 의하면 뇌에 잠깐 휴식을 주면 창의력, 기억력, 학습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더불어 일본의 연구에서도 휴식을 취한 뇌 상태에서는 뇌 혈류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아이디어도 신속하게 떠올린다는 결과도 있다. 다만, 과도하게 멍을 때려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하루 1-215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멍 때리기를 통해 인류를 바꾼 사례가 꽤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게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알아내고 유레카를 외쳤다. 뿐만 아니라 현 세기의 최연소 경영자가 되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잭 웰치도 회장 시절 매일 1시간씩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도 무언가를 고민 할 때 책상 앞에서 작정하고 고민하는 것보단 멍하니 있을 때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멍을 때리는 것이 시간을 낭비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뇌를 활성화하기 위한 휴식 단계임을 알아야 한다.

비록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멍을 때리는 것이 더 어려운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 나온 불멍, 물멍 이외에도 낙서,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등 단순 작업을 시작으로 잡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멍하게 있는 시간 속에 우리는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며 생각치도 못한 훌륭한 통찰을 얻을 것이다.

글 홍우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