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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공개된 아이, 부모의 자랑이 아닌 자녀를 향한 예기치 못한 위협일 수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육아 계정이 급증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모습을 자주 공유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육아 계정들은 많은 팔로워를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른바 ‘셰어런팅(sharenting)’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부모가 자녀의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단순한 게시물 업로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녀의 권리, 범죄 노출 가능성, 더 나아가 아이의 상품화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자녀의 자기 결정권 침해
부모에겐 표현의 자유일 수 있지만, 자녀에게는 사생활과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부모가 자녀의 일상과 얼굴, 행동을 아무런 동의 없이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결국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린 시절은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기도 전에 부모가 대신 온라인정체성을 구축해 버리는 경우,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나갈 기회를 빼앗긴다.
SNS에 올라간 사진과 영상은 영구적으로 남는다. 시간이 흘러 자녀가청소년 혹은 성인이 되었을 때, 과거의 게시물이 부끄럽게 낙인 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불편함을 주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녀는 단지 콘텐츠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이다. 셰어런팅으로 인해 아이가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은, 그자체로 자기 결정권 침해이다.
지난 2023년 7월, 이를 보호하고자 정부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아동·청소년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개인정보의 주체로 인식하고, 자기 결정권 보장과 실질적 권리행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 내용은 ▲연령대별 맞춤 보호체계 구축 ▲잊힐 권리 시범 사업 추진 ▲법정대리인 동의 제도 개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정보 제공 ▲개인정보 교육 및 인식 제고 ▲셰어런팅위험성 교육이다. 특히 SNS·게임·교육 등 아동이 개인정보를 많이 노출하는 분야에 대한 맞춤형 보호 조치 강화와 민간 협력 기반의 자율적 보호체계 구축도 포함됐다.
범죄 노출 가능성
SNS에 게시된 정보를 통해 아이의 이름은 물론이고 사는 곳과 학교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10월 한 범죄자가 SNS에 게시된 정보를 통해 9세 여아에게 접근해 유괴했다가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구속된바 있다. 이처럼 SNS에 공개된 정보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아이들을 각종 위험에 노출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배경, 교복, 생활 패턴까지 노출되는 콘텐츠는 아동을 스토킹, 성범죄, 납치 등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1년 개인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SNS에 자녀의 사진과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 아동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이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해외커뮤니티에서는 아이의 계정이 불법콘텐츠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어 국제적인 우려도 커지고 있다.
SNS에서 아이의 정체성과 동선이 쉽게 추적되는 만큼 단순한 기록이나 자랑으로 올린 게시물이 현실에서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일상과 얼굴을 클릭 몇 번으로 노출시키며 아무런 동의 없이 SNS에 영구 기록하는 행위는 자랑이 아닌‘침해’이다. 그것은 인권 침해고 부모의 무책임한 결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폭력이다.
글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