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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호] 살충제,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오다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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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운동가 레이첼 카슨(이하 카슨)의 대표작 『침묵의 봄』은 현대 환경 운동의 시작을 만든 역사적인 책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흔히들 쓰던 화학 살충제가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독극물이었음을 폭로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먹이사슬이다. 카슨은 살충제가 단순히 해충만을 죽이는 성분이 아님을 경고하며 이를 신화 속 메데이아의 드레스에 비유한다.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드레스에 스며든 독 때문에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듯, 살충제는 씨앗과 토양을 거쳐 식물의 수액 자체를 독성 물질로 변모시킨다. 이 독은 곤충과 새를 죽이고 가축의 지방 조직에 켜켜이 쌓이는데, 이러한 독성은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카슨은 이러한 독성 물질의 축적은 소들의 먹이인 자주개자리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고 말한다. 자주개자리에 뿌려진 살충제는 소의 몸속을 거쳐 우유로, 다시 그 우유를 농축한 버터로 이동하며 원래보다 수십 배나 높은 농도로 치솟는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선 인간은 이 모든 농축된 독의 최종 피해자가 된다. 우리가 먹는 고기, 우유, 채소는 더 이상 순수한 영양소가 아니라, 체내에 쌓여 몸을 조금씩 갉아 먹게 되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독극물을 식탁에 올렸던 것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 오염이 당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슨은 체내에 축적된 화학 물질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고, 어머니의 젖을 통해 갓 태어난 아기에게까지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이미 화학 물질의 위협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 했던 오만한 시도가 결국 우리 미래 세대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침묵의 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거든 현재든, 우리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의 한 구성원일 뿐이라는 점이다. 살충제를 통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거대한 착각이었으며, 그 대가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는 생태계라는 사실이다. 이 파국을 막고자 했던 카슨의 의도대로, 책이 전한 살충제의 위험성은 무분별한 사용에 제동을 걸었고 정부 규제와 환경 단체들을 탄생시켰다.글 권영호 기자
  • 등록일2026-05-27 16:48:53
[558호] 관계와 성장의 흔적을 담아낸 영화 <소울메이트>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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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와 오래 함께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관계는 단순한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20대의 관계는 더 불안하고 복잡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현실 속에서 흔들리다 보면, 가장 가까웠던 사람과도 어느새 멀어지게 된다. 때로는 가장 소중했던 관계일수록 더 큰 상처와 그리움을 남기기도 한다. 영화 는 바로 그런 청춘의 관계를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한 우정 이야기를 넘어,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두 청춘의 시간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중국 영화 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다.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적인 청춘의 분위기와 현실적인 정서를 더해 새롭게 풀어냈다, 배우 김다미는 자유롭고 솔직한 성격의 미소를, 배우 전소니는 조용하고 섬세한 하은을 연기하며 상반된 두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또한 배우 변우석이 연기한 진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단순한 삼각관계의 중심이 아니라, 미소와 하은이 서로의 감정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로 그려진다. 이야기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미소와 하은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된다. 활발하고 자유로운 미소와 조용하고 내성적인 하은은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금세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현실과 감정은 두 사람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진우의 등장 이후 세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 놓인 복잡한 감정들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우정 역시 사랑처럼 질투와 상처를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소와 하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청춘을 살아간다. 미소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지만 그 안에서 외로움과 불안을 마주하고, 하은은 안정적인 삶 속에서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작품은 이들의 삶을 과장되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며, 청춘이라는 시간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 는 우정도 사랑만큼 복잡하다는 메시지를 인상 깊게 전달한다. 미소와 하은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다. 함께했던 시간이 아름다웠기에 더 쉽게 상처가 되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며 관계라는 감정의 무게를 견뎌낸다.이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20대 청춘들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제목인 소울메이트(Soulmate)는 친구를 넘어 인생 속에서 가장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영향을 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작품 속 미소와 하은 역시 사랑과 우정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서로의 삶에 가장 큰 흔적을 남긴다. 영화 는 화려한 사건보다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이 남는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 시간이 지나며 멀어졌던 관계, 그리고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이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는 조용히 이야기한다. 청춘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으로 기억된다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함께했던 순간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전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과연 나의 소울메이트일까.글 박수현 기자
  • 등록일2026-05-27 16:46:46
[557호] 의미는 정해지지 않는다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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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시포스 신화』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삶의 의미를 다룬 철학적 에세이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이하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이 죽음이라는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삶의 가치를 묻는다.시시포스는 신의 벌을 받아 끝없이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하지만 정상에 도달할 때마다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지고 밀어 올리는 과정을 영원히 반복해야 한다.카뮈는 이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발견한다. 그는 인간의 삶 또한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며, 완전한 의미나 목적 없이 반복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부조리란 삶이 원래부터 무의미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과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 세계가 충돌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카뮈는 사람들이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해 흔히 선택하는 두 가지 길을 비판한다. 하나는 실제 자살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적 자살이다. 철학적 자살이란 현실의 모순과 불안을 끝까지 바라보지 못하고 종교나 절대적인 진 리, 운명 같은 것에 기대어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 내는 태도다.대신 카뮈는 희망 없이 살아가기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희망이 없다는 말은 절망하라는 뜻이 아니다. 언젠가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나, 미래에 가서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확실함과 무의미를 인정한 채 살아가는 것이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태도라고 본다.그래서 카뮈가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세상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이다. 바로 시시포스처럼 말이다.나는 카뮈의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인생의 의미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결국 중요한 것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바위를 밀어 올리는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지도 모른다. 매일 이어지는 강의와 과제, 시험 준비,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때로 끝없이 반복되는 시시포스의 노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순간 다른 사람에게도 묻고 싶다.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글 박희진 기자
  • 등록일2026-04-08 16:22:31
[557호]구경이, 법이 공정하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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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구경이는 경찰 출신의 보험조사관 구경이가 베일에 싸인 연쇄 살인범 K를 추적한다는 플롯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다. 전직 형사가 연쇄 살인마를 추적한다는 줄거리는 자칫 식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보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얽히게 되는 두 명의 관계성과 내면 묘사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연출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신선하고 재치있는 연출이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보강해 즐거움을 준다.연쇄살인마와 보험조사관작품의 주동인물인 구경이는 전직 경찰인 보험조사관으로, 남편이 자살한 이후 알코올과 온라인게임에 빠져 사는 폐인이다. 그녀 시점의 장면은 마치 게임 속 한 장면처럼 연출해, 웃음을 주는 동시에 내면의 상처를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그녀가 어두운 방을 뒤로하고 세상으로 나가는 이유 역시 보잘것없다. 구경이를 걱정한 후배가 컴퓨터를 없애겠다는 협박을 하자 억지로 보험조사관 업무로 복귀하게 된다.그에 반해 반동인물에 해당하는 K는 명문대에 다니는 부유한 대학생이다.그녀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치밀한 계획을 통해 성범죄자, 폭력적인 기업인, 부패한 정치인을 죽음으로 이끈다. 시청자들은 부조리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정의 구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다.K가 법조차 벌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응징하는 모습은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법도 윤리도 무시하고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불안감이 맴돈다.응징받지 않은 자들불가능한 우연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다. 그들의 죽음을 조사하던 구경이는 사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망자들의 공통점은 끔찍한 죄를 짓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작품이 진행되며 둘 사이의 접점이 드러나며 극의 전개가 가속된다. K의 살인이 경찰이던 구경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며 충격을 준다. 그 사실은 구경이가 K를 저지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게 된다.그들은 공동의 적인 부패한 정치인을 저지하기 위해 잠시 손을 잡지만, 결국 K 역시 지금까지의 행적이 드러나며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일단락된다.우리 사회의 정의란전체적으로 쾌활한 분위기로 진행 되지만 그 과정에서 시사하는 주제는 가볍지 않다. 작품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단정짓지 않는다. K의 살인은 피해자들에게 구원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고통을 낳는다. 구경이가 범죄자들을 K에게서 구하는 것은 선행인 동시에 악행이 된다. 드라마가 시사하는 주제는 입안을 씁쓸하게 한다.현실에 결말이 존재하지 않듯이, 작품의 결말에서 K는 다시 한 번 죽어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게 되고, 그녀는 탈옥을 계획한다. 그렇게 작품은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질문을 다시 화두에 올린다. 우리 사회는 정말로 정의로운가.글 원지형 기자
  • 등록일2026-04-08 16:20:45
[556호] 기억을 잃어버리는 여자, 기억을 채워주는 남자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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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어제 사랑했던 사람이 낯선 타인이 되어 있다면 그 사랑은 정말 끝난 것일까.2025년 12월 24일 개봉한 한국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일본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청춘멜로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감정의 크기보다 사랑을 지속하는 방식에 더 깊이 시선을 둔다.영화의 중심에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한서윤이 있다. 그녀는 잠들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다. 감정도, 약속도, 고백도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서윤의 하루는 늘 처음이다. 책상 위 메모와 휴대전화 속 사진, 그리고 스스로 써 내려간 일기가 유일한 단서로 남는다. 어제의 서윤이 남긴 기록을 통해 오늘의 서윤이 세상을 다시 이해해 간다. 사랑 역시 예외가 아니다.김재원은 그런 서윤의 세계에 들어온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흘려보내던 재원은 우연한 계기로 서윤과 가짜 연애를 시작하지만, 관계는 점차진짜 감정으로 깊어져 간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질수록 관계는 더 위태로워진다. 재원이 아무리 진심을 건네도, 다음 날이면 서윤은 그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마주한다. 매일 다시 고백하고 처음부터 설명하며 같은 선택을 반복해야 한다. 사랑이 축적되지 않는 세계에서 사랑은 오직 오늘의 행동으로만 증명된다.이 영화의 갈등은 거대한 사건이아니라 두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의 방식에서 시작된다. 기억상실이라는 설정은 극적인 장치이지만, 그로 인해 드러나는 감정은 오히려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다. 우리는 쉽게 어제의 다짐을 잊고,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 믿으며 감정의 지속을 당연하게 여긴다.영화는 그 익숙함을 뒤흔든다. 기억이 사라진다면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까. 매일 처음으로 돌아가는 관계 앞에서 우리는 같은 선택을 다시 할 수 있을까.영화의 연출은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반복을 통해 차분히 쌓아 올린다. 같은 인사, 같은 교실, 같은 골목길이 이어지지만 그 안의 표정과 시선은 조금씩 달라진다. 배우 신시아가 연기한 서윤은 매 순간이 처음인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내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배우 추영우가 연기한 재원 역시 냉소적인 청춘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는 인물로 서서히 변화해 간다. 감정은 격렬하게 폭발하기보다 조용히 스며들고, 관객은 그 미묘한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이 작품이 단순한 눈물 멜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청춘의 불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목표 없이 흔들리는 재원의 일상, 병을 안은 채 미래를 가늠해야 하는 서윤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10대와 20대의 불확실성과 겹쳐진다. 관계는 쉽게 시작되지만 쉽게 단절되고, 내일은 늘 불안정하다. 기억상실이라는 극단적 설정은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시대의 관계를 은유처럼 보여준다.영화는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기록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랑을 붙들려는 두 인물의 모습을 비춘다. 메모를 남기고,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는 장면은 병을 보완하는 장치를 넘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상징으로 읽힌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감정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선택임을 영화는 조용히 환기한다.결국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거대한 사건보다 오늘 하루의 무게를 응시한다. 내일이면 잊힐지라도 오늘만큼은 진심을 다해 마음을 건네는 순간들, 그 선택이 반복될 때 사랑은 형태를 갖는다. 사랑은 기억될 때에만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기억되지 않더라도 존재할 수 있는가. 영화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다만 잊힐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선택하는 태도가 사랑일지 모른다는 여운을 남긴다.글 박수현 기자
  • 등록일2026-03-11 16:45:27
[555호] 말의 힘, 책임의 무게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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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주고받는다. 대화 속에서, 기사 속에서, 댓글 속에서, 심지어는 짧은 메시지 한 줄에서도 말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 말들이 공기 중에 쉽게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행동을 바꾸며, 때로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말은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다.오늘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진 사회에서 누구나 발언자가 될 수 있다. SNS 계정 하나만 있으면 수천, 수만 명에게 자기 생각을 전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책임 의식이 종종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 말이 무슨 영향을 주겠어?라는 안일한 태도는 위험하다. 무책임한 말은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집단적 혐오를 부추길 수도 있다. 한순간의 농담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고, 가벼운 비난이 집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된다.말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삼는다. 하지만, 물론 존중받아야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 없는 자유는 결국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자신의 발언이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배제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표현이 아니라 폭력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를 말할 때 반드시 책임을 함께 말해야 한다.책임 없는 자유는 공허하고, 책임을 동반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이는 사람의 주목을 받는 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의 온라인 댓 글, 대화 속 발언 하나 역시 누군가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말의 책임은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발언자는 잠재적 영향력을 가진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본인이 말한 것의 후폭풍을 생 각해야 한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 처가 되지 않을까?, 이 표현이 불필 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을까?를 스스 로 묻는 것이다. 둘째, 사실에 근거한 발언을 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근거 없는 주장, 과장된 표현은 혼 란을 낳는다. 셋째, 타인의 관점에서 말의 무게를 가늠해야 한다. 내가 가 볍게 던진 말이 상대에게는 무겁게 꽃 힐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말은 칼과 같다. 칼은 외부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도, 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말 또한 누군가를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상처와 절망을 남기기도 한다. 말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모두 발언자로서, 동시에 청자로서 이 책임을 공유한다.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말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 그중 어떤 것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고, 또 누가의 마음을 무너뜨린다.우리는 어떤 말을 남길 것인가. 말의 힘을 두려워하고, 그 힘을 존중해가며, 책임을 다하는 태도지향해야 할 길이다. 결국 말은 곧 사람이고, 사회다. 책임 있는 말이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든다.글 정수빈 기자
  • 등록일2026-01-07 13:43:36
[555호] 익숙함을 내려놓고, 나를 확장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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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대학 국제교류원은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에 약 한 달간의 단기 해외연수 프로그램 기회를 제공한다. 학우들은 해외연수를 통해 어학 실력을 높이고, 해외의 다양한 것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2026년 1월에 파견되는 2025년 2학기 맞춤형 글로벌역량강화 해외연수는 지난 9월부터 모집을 시작했다. 나 또한 해외로의 진출을 통해 부족한 언어 실력을 보충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자 캐나다 궬프 대학에 파견을 지원하였다.캐나다에서 며칠간 머물면서 한국과의 여러 가지 다른 점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가장 큰 특징은 날씨였다. 캐나다는 한국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어 더욱 춥다. 매일 눈이 오고, 눈 돌풍이 불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서 심하면 영하 30도까지도 떨어진다.두 번째로는 거리의 풍경이다. 아파트 문화인 한국과는 다르게 주택이 줄지어 있으며,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지붕이 높고 가파르다. 도로는 대체로 눈에 묻혀 주요 도로를 제외하고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문화 차이를 크게 느꼈다. 처음 궬프에 도착했을 때는 주택의 구조나 식사 문화,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도착 후 이틀 간은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홈스테이 가족과 함께 마트와 서점들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판매품이 눈을 사로잡았고, 매대 진열 방식과 인테리어가 새롭게 느껴졌다.파견은 1월 31일까지며 아직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것들을 보고 접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 단계 더 넓힐 수 있었다. 다양한 나라를 짧게 여행하는 것보다, 사회에 잠시라도 녹아들어 함께 생활해 보는 것은 문화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여행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해외 경험을 하고 싶다면, 국제교류원에서 진행하는 단기 해외연수가 좋은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글사진 김지수 기자
  • 등록일2026-01-07 13:42:46
[554호] 문학산책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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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걱정기형도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은 단순히 가난한 시절의 슬픔 을 담은 회상시가 아니다. 시 는 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결핍을 넘어 시대 전체의 고 독과 상실감을 정면으로 응시 한다.이 시가 발표된 1980년대 는 사회적으로 불안과 억압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언제 떨어 질지 모르는, 그리고 내외적으 로 불안을 견디는 오늘의 청춘 과 사회인들에게 나는 못 살 겠다는 절망의 독백은 낯설지 않다.인상 깊은 시의 마지막 구절 인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 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반전처럼 다가온다. 고통 속에 서도 아름다움을 말하려는 그 마음이 인간의 존엄이다.삶이 불안하고 세상이 각박 할수록 이 시는 우리에게 인간 다움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속삭인다.글 이현준 기자
  • 등록일2025-11-12 13:03:06
[554호] 트렌드 안에서 ‘자신의 기준’을 지키는 일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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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민남, 트민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단어는 트렌드 에 민감한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줄임말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유행 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가 되 었다. 유행을 좇는 순간 우리는 자신 의 색을 잃고 남이 설계해 둔 팔레트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리고 이 사실 은 현재 한국 사회의 소비 방식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이런 감각 구조는 특히 물건에서 먼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라부부 는 원래 일부 컬렉터들만 알던 장난 감이었지만, 유명 뮤지션과 셀럽이 SNS에 소장 인증을 올리자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중고 시 가는 원가보다 높아졌고, 사람들은 그 높은 가격을 가치의 증명으로 해 석했다. 결국 다수의 선택은 정말 좋 아서라기보다 이미 인정받은 취향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이 조정된 감각은 물건에서 끝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도 동일한 메커 니즘 위에서 굴러간다. 특정 카페의 톤앤매너, 사진 필터, 포토부스 프레 임이 한 시즌을 장악하면 사람들은 그 연출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카 페 선택 기준도 커피의 맛보다 사진 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가 중심이 된 다. 트렌드는 구매를 넘어 일상의 미 적 기준까지 설계하는 구조가 된 것 이다.사실 트렌드라는 말은 본래 경제 학 개념이었다. 특정 지표가 장기적 으로 향하는 방향을 뜻하며, 한국은 행 경제용어사전도 이를 일시적 변동 과 구분되는 구조적 흐름으로 정의한 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에서 트렌 드는 더 이상 장기 방향의 개념이 아 니다. 플랫폼과 기업은 이용자의 시 청 시간, 스크롤 속도, 저장 여부, 구 매 이력을 정교하게 계량화하고, 어 떤 이미지와 감각을 더 많이 노출해 야 장기 소비가 늘어나는지 계산한 다. 현재 우리가 느끼는 세련됨이라 는 감각은 대중의 자발적 취향이 아 니라, 기업의 수익 전략에 맞춰 설계 된 결과에 가깝다.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 구조를 거 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반복 노출된 이미지가 감각의 기준선을 만 들고, 그 기준을 따라가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든다. 특히 대학 생들 사이에서는 이 기준이 더욱 강 하게 작동한다. 2024년에 발표된 서 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따르면 20대의 소비 결정에서 시각적 SNS 공유 가능성이 브랜드의 가치보다 더 높은 선택 기준으로 작동한다고 발표했다. 또, 2023년 한국소비자원 의 조사에서도 20대 52.4%는 직접 써보고 판단한다보다 SNS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는 이유로 구매를 결 정한다고 응답했다. 소비는 취향의 표현이 아니라, 현재의 흐름 안에 있 다는 신호로 기능한다.행동경제학자인 카너먼과 트버스 키는 사람이 모호한 선택보다 검증 된 선택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불 확실성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 래서 우리는 이게 예뻐서 구매한다 기보다 많은 이가 이미 예쁘다고 인 정한 것을 선택한다. 이때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스스로 설정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도 회 복이 쉽지 않은 기회비용이다. 그리 고 한번 평균에 맞추기 시작한 소비 는, 이후 판단 기준의 기준선 자체를 바꾸어버린다.우리는 종종 내가 좋아하는 것이 라고 믿으며 소비한다. 그러나 플랫 폼은 취향을 관찰한 뒤 수집하는 수 준을 넘어, 무엇을 좋아하게 만들지 를 설계해 평균값 취향을 기준처럼 제시한다. 그러면 선택은 취향의 표 현이 아니라, 설계된 감각의 경사에 따라 움직이는 모사로 바뀐다.특히 SNS에서 많이 보이는 검증 된 취향은 빠르게 전파되며 다수의 선택을 하나의 기준으로 전환한다. 소비자는 그 기준을 객관적이라고 느 끼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이 걸러낸 평 균값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 요한 태도는 유행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르는 이유를 한 번은 묻는 일이다. 핵심은 많은 정보 를 그대로 소비하는 것보다, 그 정보 가 어떤 기준을 거쳐 자기 안에 자리 잡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진짜 취향은 주어진 선택지 중에 서 하나를 고르는 데서 완성되지 않 는다. 그 선택의 기준을 스스로 설 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취향은 자기 것이 된다. 결국 취향의 주도권은 선 택지가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사람에 게 남는다.수많은 이미지와 권유 속에서도 자 신의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사 람만이, 결국 흔들리지 않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글 박수현 수습기자
  • 등록일2025-11-12 13: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