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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51호] 착한 가격 뒤에 숨은 착취 노동 새글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2 등록일2025-07-03

소비자는 웃었고, 본사는 주목받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울었다.


최근 빽다방이 진행한 500원 아메리카노 행사는 ‘착한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그 뒤편에는 한계치에 몰린 매장 직원들의 과중한 노동이 있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커피 한 잔이 편의점 껌보다 저렴해지자 전국의 빽다방 매장 앞에는 3일 내내 긴 줄이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고, 어떤 매장에서는 인도와 건물 복도까지 대기줄이 이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저렴한 커피를 즐기는 사이, 매장 안쪽에선 쉴 틈 없이 주문을 소화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의 분주한 움직임과 한숨을 볼 수 있었다. 순간순간 커피 원두와 얼음이 떨어지면 직원들은 비상 상황처럼 매장을 뛰어다니며 다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매장 입구에는 ‘1인 최대 5잔까지 구매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일부 매장은 주문 폭주로 인한 재료 소진으로 이벤트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여지곤 했다. 이어 빽다방 직원들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라며, “첫날에만 900잔이 나갔고, 정신이 나갈 정도로 손님이 많아 너무 바쁘고 혼이 나갈 정도였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이 ‘상생 이벤트’가 주변 카페들에게는 생존 위협이 됐다. 더본코리아 측에서는 “가맹점주 지원 차원에서 본사 전액 부담으로 진행하는 행사”라고 밝혔지만, 정작 일선 매장 직원과 주변 상권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할인 이벤트는 단순한 소비자 대상 프로모션을 넘어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최근 겪은 각종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 위생 문제, 원산지 표기 의혹, 지난 유통기한, 임금 차별 등으로 흔들린 여론 속에서 본사는 3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상생형 할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빽다방뿐 아니라 더본코리아 전체 브랜드에 걸쳐 회복이 필요한 이미지를 회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러한 시도는 본사의 책임 있는 모습을 부각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도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돈으로 모든 논란을 덮으려 한다’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단기적인 이득을 위해 추진된 이벤트가 정작 중요한 내부 구성원과 주변 생태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진행된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번 이벤트로 인해 가장 고통받은 것은 정작 그 어떤 선택권도 없었던 매장 직원들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형 브랜드의 할인 마케팅이 단기적인 화제성은 높일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매장 인력과 노동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객 응대, 제조, 청소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매장 직원의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마케팅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뿐이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착한 가격’이라는 수식어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착한 노동’도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 이번 빽다방 이벤트는 단순한 소비자 혜택을 넘어, 기업의 책임과 노동 환경, 그리고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글 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