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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우대’, 최근 채용 공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분명히 ‘신입’ 채용이라 할지라도 기업은 실무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한다. 이에 대학생들의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냐”는 신세 한탄 목소리가 커졌다.
올해 우리나라의 채용 시장은 경력직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잡플래닛과 컴퍼니타임스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0.5%가 경력직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신입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9.1%에 불과했다. 심지어 18.3%는 아예 신입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원하고, 교육 비용을 줄이려 한다. 그 결과, 신입 채용은 점점 ‘경력자 전용’이 되어가고 있다.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도 취업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회 초년생들은 좌절한다. 체험형 인턴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이다. 인턴 경험이 없으면 서류에서 탈락하고, 서류가 통과돼도 면접에서 “왜 경력이 없냐”는 질문을 받는다. 경력을 쌓기 위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점점 구직을 포기하게 된다.
문제는 단순히 기회의 부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 현장실습이나 대외 활동 등으로 실무를 체험해보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 역시 짧은 기간에 그치거나 단순 보조 업무에 그쳐 실질적인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런 한계 속에서 청년들은 자격증과 공모전, 봉사활동까지 ‘스펙 쌓기’에 몰두하지만, 정작 기업은 실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한다. 노력과 시간이 정당한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대학생의 자존감과 심리적 안정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보고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력직 중심 채용은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노동시장에 이제 막 진입한 청년에게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력 없는 자의 고용 기회가 줄어들고, 인턴 경쟁이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의 자영업을 돕는 청년도 늘고 있다. 코리아퓨처의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 중 상당수가 “취업이 되지 않아 부모님의 가게를 돕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복된 탈락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돕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 직업훈련,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며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원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졸업 후 취업’이라는 당연한 경로를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학생이 불안정한 미래 탓에 졸업을 미루거나, 자격증과 스펙을 쌓기 위해 추가 학기를 등록한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경력직 우대’라는 벽이다. 이 벽을 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입 인재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 신입은 단순히 경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가진 인재다. 정부는 경력 없는 청년을 위한 실무 경험 제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학은 학생들이 다양한 직무를 체험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도, 이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마주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다.
이 질문은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이 같은 인식이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글 정수빈 기자
그림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