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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기본 권리로 강조되는 ‘놀 권리’가 현실에서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25 아동권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동 10명 중 4명은 ‘놀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놀이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서도 아동이 자유롭게 쉬고 놀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업 부담과 사교육 증가 등으로 인해 실제 생활에서는 이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 부족·어른의 간섭 … 놀이를 가로막는 현실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시한 2025년 아동권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놀 권리를 침해하는 가장 큰 원인은 ‘놀 시간 부족’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동의 40.1%가 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으며, 이어 ▲어른의 간섭(29.4%) ▲놀 권리 인식 부족(13.9%) ▲놀이 공간 부족(6.5%) 등이 뒤를 이었다.성인 역시 비슷한 인식을 보였지만,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아동은 놀 시간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반면, 성인은 인식 개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생활에서 아동의 놀이가전히 학업이나 일정에 밀려 후순위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놀이를 둘러싼 갈등 … ‘시끄럽다’는 이유로 제한되는 아이들
최근에는 아동의 놀이 활동이 지역사회 갈등의 대상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체육대회나 야외 활동 중 발생하는 소음을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면서, 행사 진행에 제약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실제로 학교 측이 체육대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인근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행사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응원 소리나 음악 사용이 제한되고, 활동 시간이 단축되는 등 아이들의 놀이와 신체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활동을 소음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대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르는 중요한 교육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민원으로 인해 제한되는 것은 아동의 활동권과 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 논쟁 끝에 취소된 수학여행…결국 피해는 아동에게
아동의 권리가 어른들의 판단과 사회적 논쟁 속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사례는 또 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비용 상승을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학부모 간 비용 부담에 대한 의견 차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논쟁이 이어졌고, 그 결과 행사가 전면 취소되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의 직접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아동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수학여행은 교실 밖에서 또래와 함께하는 중요한 경험이자, 학창 시절의 대표적인 추억으로 꼽힌다. 그러나 비용과 갈등 문제 속에서 이러한 기회 자체가 사라지며, 아이들은 단 한 번뿐일 수 있는 경험을 잃게 된다.전문가들은 “아동과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당사자인 아동의 입장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어른들의 판단 구조 속에서 아동의 권리가 쉽게 희생된다”고 지적한다.
놀이는 권리이자 성장의 기반
전문가들은 놀이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아동의 전인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놀이를 통해 아동은 창의력과 사회성, 정서 발달을 키우며, 또래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
아정체성을 형성한다. 또한 신체 활동 감소와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아동의 건강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놀이 시간 확보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
다. 야외 활동과 자유로운 놀이 경험은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
소와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식은 높지만 현실은 낮은 ‘놀 권리’, 구조적 변화 필요
아동과 성인 모두 ‘놀 권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놀 권리는 중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일상 속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제도와 인식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인식 개선을 넘어 생활 구조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학업 중심 문화, 부족한 놀이 공간, 안전과 민원을 이유로 한 활동 제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육대회 소음 민원이나 수학여행 취소 사례처럼 아동의 활동이 성인의 기준과 편의에 따라 쉽게 제약되는 상황은,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사회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사회의 건강성을 좌우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아동의 웃음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사회, 체육대회에서 마음껏 뛰고 수학여행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사회. 그러한 환경이야말로 아동이 권리의 주체로 존중받는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글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