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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61호] KTX 낙상 사고, 개인 논란 뒤에 가려진 장애인 이동권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38 등록일2026-09-30

지난달 유튜버 박위(이하 박씨)가 KTX에서 하차하던 중 겪은 낙상 사고가 논란이 됐다. 박씨는 휠체어를 타고 하차용 경사판을 내려오던 중 경사판을 발로 고정하고 있던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바퀴가 걸려 넘어졌다. 박씨는 며칠 뒤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하며 하체 감각이 거의 없어 부상이 발생해도 즉시 인지하기 어려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승하차 과정의 안전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은 사고 원인보다 영상 공개 방식에 집중됐다. 사고 과정에서 지원 업무를 수행한 사회복무요원의 모습이 그대로 공개된 것을 두고 과도한 공개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박씨는 다음 날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100만 명대를 유지하던 구독자 수가 급감하는 한편 예정됐던 강연도 잇따라 취소됐다. 서울시에는 그의 홍보대사직 해촉을 요구하는 민원까지 접수됐으며, 결국 박씨는 자숙의 의미로 서울시 홍보대사직에서 물러났다.
정작 사고를 낳은 구조적 원인은 논쟁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사고 당시 사용된 경사판은 승강장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은 상태였고, 사회복무요원이 그 위에 발을 올려 고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경사판 끝부분이 지면에 제대로 닿지 않아 직원이 발로 눌러주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고 전했다. 반면 코레일은 휠체어가 경사판에 올라가면 이용자의 무게로 경사판이 바닥에 밀착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경사판을 발로 고정하는 방식은 공식 매뉴얼에 명시된 절차가 아니라고 밝혔다. 안전과 직결된 승하차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이 현장에 충분히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또한 현장에서 지원 인력이 어떤 방식으로 휠체어 이용자를 돕는지에 대한 기준도 중요하다. 지원 인력이 상황에 따라 임의로 판단해 경사판을 고정하거나 이동을 보조하는 방식에 의존한다면 같은 상황에서도 지원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지원 인력의 개인적인 숙련도나 선의에 기대기보다 경사판의 설치와 고정, 휠체어 이동, 승하차 과정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것보다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 요소를 줄이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개인 간 갈등이 아닌 교통시설과 지원 체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한상원 변호사는 교통약자의 안전한 이동은 기본권인 만큼 공공교통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역시 리프트 경사판의 구조와 급한 경사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가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은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 과정에서 안전을 보장받

고,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실질적인 이동권이 보장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철도와 같은 공공교통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특정 이용자의 상황에 맞춘 일회성 지원을 넘어 누구나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고 역시 개인의 주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설과 지원 체계의 문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씨의 홍보대사 사임으로 개인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사고의 배경에 놓인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리프트 구조와 현장 지원 인력의 역할, 안전 매뉴얼 등을 점검하고, ‘누구의 잘못인가’보다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명확한 기준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글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