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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31호] 이기영, 택시 기사 살인으로 밝혀진 또 다른 살인

작성자신문방송국  조회수568 등록일2023-01-26

지난 12월 20일, 31세 남성 이기영이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이후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A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에 위치한 집으로 데려가 둔기로 살해했다. 살해 이후에는 A씨의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은 앞서 지난 8월 7일과 8일 사이 A씨를 살해한 장소인 파주시의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12월 29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기영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추가 피해자에 대한 단서나 증거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살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기영의 성향상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기영의 신상을 밝혔으며 적극적으로 제보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29일 오전 9시,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언론에 처음 노출된 이기영의 얼굴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으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이기영의 의사에 따라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것인데, 공개된 증명사진은 검거 당시의 나이와도 맞지 않고 후보정이 가미되어 실물과 달라 신상정보 공개의 효력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1일, 경찰 측은 혹시 모를 추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실시한 조사에서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후 수개월 교제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 여성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영이 2건의 살인을 저지른 범행 장소이자 B씨 주거지의 벽, 캠핑용 왜건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한 과학 수사도 진행했다. 이기영은 이 혈흔들에 대해 B씨를 살해, 유기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진술에 대해 의심할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만약 핏자국의 주인이 기존 피해자가 아니라면 재수사가 필요하다. 강력수사 및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기영의 성향이나 범죄 패턴을 보았을 때 추가 피해자가 존재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기영은 이번 범행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적발됐고 실형도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기영이 육군 간부로 근무할 때인 2013년,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가 단속 중인 경찰관의 손을 무는 등 경찰관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 군사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출소와 전역 이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을 반복해서 2019년에 징역 1년의 실형을 또 한 번 선고받았다. 택시 기사를 살해한 날에도 음주운전 문제로 다투기까지 했지만 결국 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난 1월 4일, 이기영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기영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시체유기,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 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 전날 이기영은 당초 파주시에 위치한 공릉천변에 A 씨 시신을 버렸다던 진술을 바꿔 강가 땅에 시신을 묻었다며 구체적인 장소를 지목했다. 이에 경찰이 굴착기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사흘간 현장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지난 6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철 관계자들과 파주시 공릉천변 수색 현장을 찾아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특정 장소를 가리키기도 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기존에는 전 여자친구와 택시 기사를 살인한 혐의만이 적용되었으나, 택시 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기영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을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을 처벌받을 수 있고 강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전을 노리고 사람의 목숨을 해친 강도살인의 죄가 훨씬 중하게 처벌받는다.

한편, 이기영이 지난 8월 수영장에서 고양이에게 목줄을 채운 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는 “살인을 서슴지 않게 저지르고 이후 태연하게 은폐를 시도하는 등의 행동은 사이코패스일 소지가 다분하다”며 “잔혹하고 냉혈한이면서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마구 쓰는 등 허술하고 충동적 측면도 있는 새로운 범죄자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파악되지 않은 범죄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신상도 공개됐으니 적극적으로 제보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30일, 경찰은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이기영의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면담 내용뿐만 아니라 과거 범죄 이력, 유년기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기영의 사이코패스 진단이 불가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판정 이유는 일부 항목의 자료가 없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현재와는 다른 얼굴 사진을 공개해 혼란을 더욱 가중하고 엽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리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의 시체도 아직 찾지 못해 사건이 장기전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의 농간에 속지 말고 신속히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