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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51호] 관객도, 투자도 떠났다... 한국 영화의 구조적 위기 새글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4 등록일2025-07-0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된 한국 영화계가 회복은커녕 장기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영화 점유율과 제작 편수도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OTT의 급부상, 외화 블록버스터의 흥행 독식, 투자 생태계의 붕괴까지 겹치며, 단순한 불황을 넘어 산업 자체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객 줄고, 영화 줄고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 1,9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으며, 팬데믹 이전 평균 매출액과 비교하면 65.3% 수준이다.


전체 관객 수에서도 지난 10년간 추이를 보면, 2015년 2억 1,729만 명에서 2019년 2억 2,668만 명 증가했으나, 팬데믹 이후 2020년은 5,952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후에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1억 2,313만 명으로 2019년 최고점 대비 54.32% 수준에 그쳤다. 또한,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2019년 51%에서 지난해에는 36%까지 떨어졌다. 연간 제작 편수도 2019년 1,276편에서 2024년 상반기 기준 680편으로 반토막 났다.


투자 위축과 창작 위기

특히 상업 영화 중심의 대형 배급사들이 줄줄이 제작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 중·저예산 영화들은 투자처조차 구하지 못해 기획 단계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중·소규모 영화에 대한 투자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5% 감소했다.


투자 축소는 제작 감소로 이어지고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악순환이다.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실험성으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히며 신진 창작자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중·소 상업 영화의 제작 감소는 영화 산업 발전에 치명적이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범죄, 스릴러에 치중되며, 관객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또한, 기획-제작-배급의 수직 계열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형 배급사가 선호하는 배우, 감독 중심의 제작만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시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

영화계 전문가들은 산업 위기의 배경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지목한다. 한때 관객을 끌어들이던 스크린 중심의 유통 구조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등 OTT 플랫폼으로 대체되면서, 극장 개봉의 필요성과 매력이 모두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30대 관객층은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외화에 점령당한 스크린

올 상반기 기준 외국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68.3%에 달했다. 특히 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2’, 일본의 ‘극장판 하이큐!!’, 마블의 ‘썬더볼츠’가 각각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점령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는 평균 200~300개 스크린 확보에 그쳤다. 스크린 수 확보는 곧 흥행과 직결되는 구조인 만큼, 중·소 제작사는 개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관객 감소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소비 방식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구조적 전환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기 전략이 아닌, 장기적인 산업 전략이다. 창작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공정한 상영 기회의 제공, 그리고 영화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한국 영화는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해 왔지만, 그 위상은 영원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산업 전반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글·사진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