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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장애인의 시선에서 깊이 있게 성찰한 책이다.
김초엽과 김원영 두 저자는 각각 청각장애와 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기술과 몸의 결합을 단순한 보완이나 극복의 서사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의존성을 인정하고, 그것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큰 시사점은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종종 기술을 중립적이고 진보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술이 특정한 몸, 특정한 감각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경사로가 필요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음성 안내보다 자막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기술이 진정 모두를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체와 감각의 존재를 전제로 한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결핍’으로 보는 시선을 비판한다. 저자들은 장애를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기술이 함께 조율해야 할 하나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이는 장애인의 삶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노화, 질병, 사고로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이야기다.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성과 취약함을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진보가 가능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오늘날 기술 중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울림이다.
한마디로 ‘완전함’이 아닌 ‘공존’을 지향하는 기술,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이며, 인간다운 사회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글 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