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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 전통 의상, 민화 캐릭터가 K-POP과 어우러져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다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K-POP 걸그룹이 노래와 춤으로 악령을 물리치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놀라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 후 단 2주 만에 3,300만 회 이상의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고, 93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케데헌은 단순한 넷플릭스 흥행작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떻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문화적 특수성
케데헌의 흥행 배경에는 한국적인 디테일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 거리 풍경, 한의원, 민화를 연상시키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김밥·떡볶이·어묵 같은 일상 음식, 주인공의 양반다리 습관 등 소소한 장면까지 세밀하게 담겼다.
여기에 K-POP의 화려한 음악과 시각적 퍼포먼스를 스토리와 캐릭터로 결합하고, 갓과 한복 차림의 저승사자 같은 전통적 존재를 현대적 K-POP 무대와 연결함으로써,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우정과 자기수용 같은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의 타임지는 케데헌의 성공을 “문화적 특수성 속의 보편성”에서 찾으며, 이러한 정교한 한국적 요소와 보편적 스토리의 조화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고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케데헌 열풍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까치호랑이 배지’가 극 중 캐릭터 ‘더피’와 닮았다는 입소문에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또 극 중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착용한 전통 갓을 연상시키는 볼펜도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품절되며 굿즈 판매로 인기가 확산됐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케데헌 공개 이후 굿즈샵 일일 방문객 수는 기존 평균 6만 명에서 최대 26만 명까지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관 문환희 과장은 “케데헌 인기 이후 배지 판매가 급증했으며, 올해 연매출은 최소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단순 굿즈 소비를 넘어 전통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행 일등 공신은 OST
케데헌이 전 세계를 강타한 데는 OST의 역할이 컸다. 극 중 가상 K-POP 걸그룹 헌트릭스의 메인곡인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 100’ 2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국내에서도 가수 에일리, 이해리, 손승연, 안유진 등 유명 가수들이 커버 영상을 내놓으며 팬덤을 확산시켰다.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모든 곡을 수준 높은 진정한 K-POP 음악으로 제작하고, 한국 레이블과 협업해 영화 분위기와 맞췄다”고 밝혔다.
BBC 등 외신은 “K-POP은 영화의 심장이자 초자연적 무기로서 감동을 증폭하며,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고 분석하며 OS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탈국가화 한류와 케데헌
세계적 문화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가 제시한 ‘문화 흐름 이론’에 따르면, 현대 문화는 더 이상 ‘중심-주변’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다.
케데헌은 이러한 탈국가화 한류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소니픽처스가 제작하고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이 감독을 맡았으며, 한국 배우들의 영어 더빙과 트와이스 멤버들의 OST 참여 등 국경을 초월한 협업이 이루어졌다.
이는 기존 한류가 국내 창작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글로벌 문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POP 산업에서도 외국 경험을 가진 프로듀서와 외국인 멤버 참여가 늘며 새로운 하이브리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케데헌은 단순한 넷플릭스 흥행작을 넘어, 한국적 문화, K-POP 음악, 글로벌 협업을 모두 담아낸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전 세계 팬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며,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글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