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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온라인 게시글과 여론의 흐름이 자동화봇(AI)에 점령당했다는 주장인 ‘죽은 인터넷 이론(De Internet Theory)’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공간의 상당 부분이 AI 생성물로 지배되면서 결국 인터넷은 공허한 장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최근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섬뜩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 보안 업체 임퍼바(Imperv)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중 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돌파하며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활동량을 추월했다. 인터넷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인간의 흔적이 아닌 셈이다.
이러한 ‘죽은 인터넷’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최근 SS에서는 기괴한 AI 합성 이미지에 수만 개의 봇계정이 기계적으로 ‘아멘’이나 ‘축하해’라는 댓글을 다는 이른바 ‘AI 슬롭(Slop)’ 현상이 고착화됐다. 또한, 수익공유 모델을 도입한 플랫폼 X(구 트위터)에서는 조회수 수익을 노린 봇들이실시간 트렌드 게시물에 의미 없는 댓글을 도배하며 공론장을 마비시키고있다. 봇이 생성한 콘텐츠를 다른 봇이 확산시키고, 여기에 실제 광고 자본이 유입되어 인터넷은 사람이 아닌봇들에 의해 구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봇 계정의 조직적인 여론 개입과 가짜 뉴스 확산은 디지털 공론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AI가생성한 저질 콘텐츠를 다시 AI가 학습하며 데이터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는 ‘모델 붕괴’ 현상 또한 머지않은 위협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처럼 인간의 뇌를 매개로 복제·전파·변형되며 진화하는 문화적 단위를 밈(eme)으로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AI의 발달은 이러한 밈을 자연적 진화가 아닌,‘설계된 진화’의 양상을 띄게 만든다. 특히 AI가 생성한 영상과 댓글은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흐리며 여론 형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AI 영상과 댓글을 무조건으로 수용하는 태도에 대한 경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박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