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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56호] 줄 서는 달콤함, 불황의 위로인가 착시인가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19 등록일2026-03-11

불황기 소비 심리 립스틱 효과로 읽는 디저트 유행의 이면

 

올겨울 SNS를 초록빛으로 물들인 디저트가 등장했다. ‘두바이쫀득쿠키’(이하 두쫀쿠)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은 속을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싼 뒤 초콜릿과 코코아 가루로 마감한 제품이다. 반으로 가르면 선명한 초록빛 단면이 또렷하게 드러나며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이 장면은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되기에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소비자의 인증 욕구를 자극했다. 카페 앞에는 이른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고 SNS에는 단면 사진과 후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배달 앱 내 포장 주문 건수는 한 달 전 대비 321%증가했고 검색량은 두 달 만에 25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카페는 하루 수백 개를 판매하며 연일 조기 품절을 기록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SNS 게시물이 확산의 계기가 되면서 두쫀쿠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지금 경험해야 할 유행으로 자리매김했다.

가격은 개당 6천 원에서 1만 원 수준이다. 일반 쿠키나 베이커리 제품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수요는 빠르게 확대됐다. 해외여행이나 고가 패션처럼 큰 비용이 드는 소비는 부담스럽지만, 몇 천 원에서 만 원 안팎의 금액은 비교적 접근 가능한 범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비싸더라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유행에 참여하고 있다는 상징적 만족감이 결합하며 구매로 이어졌다.

위와 같은 소비 양상은 경기 침체기 소비 심리를 설명하는 립스틱 효과와 맞닿아 있다. ‘립스틱 효과란 불황기에 고가 소비는 위축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사치재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산업 생산은 급감했으나 화장품 매출은 오히려 늘었던 사례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두쫀쿠 역시 일상 속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작은 보상 성격의 소비로 해석할 수 있다.

열풍은 원재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가격이 단기간 상승했고 이는 곧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일부 카페는 판매가를 조정하거나 판매를 중단했고, 반대로 유행을 반영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업체도 등장했다. 단기적 수요 급증이 공급망 변동성과 가격 불안을 동시에 확대하는 모습이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두바이 초콜릿 트렌드는 급속히 확산된 뒤 몇 주 만에 관심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과 판매량이 정점 이후 빠르게 줄어들었고 하루 1천 개이상 판매하던 매장 역시 수백 개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강한 화제성에 비해 재구매로 이어지는 지속성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두쫀쿠가 일상적 소비재라기보다 경험형 소비에 가까웠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과정은 SNS 기반 소비 트렌드의 전형적인 흐름을 드러낸다. 시각적 자극과 유명인의 노출이 초기 수요를 견인하고 단기간 과열을 거친 뒤 관심이 빠르게 식는 구조다. 과거 탕후루, 뚱카롱 열풍에서도 유사한양상이 반복됐다.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는 확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소비의 수명 주기도 짧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두쫀쿠 열풍은 단순한 디저트 유행을 넘어 오늘날 소비 구조의 특징을 보여준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거대한 사치 대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선택지를 찾는다. 줄은 사라졌지만 그 배경에 놓인 소비심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소비를 움직인 심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산 건 견디기 위한 작은 보상일지 모른다.


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