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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60호] 국경 없는 K-POP, 경계 짓는 그래미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16 등록일2026-09-02

BTS, 그래미 불출품 선언 아시안 팝이라는 새로운 경계가 던진 질문

 

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언어와 지역의 장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소비되고, 서로 다른 국적의 창작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드는 시대다. 음악의 제작과 유통, 소비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음악을 평가하고 수상자를 가리는 제도 역시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고 있을까. 최근 방탄소년단(이하 BTS)2027년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그래미 어워즈는 1959년 첫 시상 이후 대중음악계에서 높은 권위를 지닌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했다. BTS2021‘Dynamite’K-POP 가수 최초로 그래미 후보에 오른 뒤 ‘Butter’, ‘My Universe’, ‘Yet To Come’ 등으로 총 다섯 차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한국 대중음악이 영미권 중심의 시상식에서 주요 장르와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런 가운데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7년 그래미를 앞두고 ‘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신설했다. 해당 부문은 K-POP, J-POP, C-POP 등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만들어졌거나 널리 소비되는 대중음악의 예술적 성취를 조명하기 위한 것으로,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곡을 대상으로 한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시아 대중음악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를 별도의 부문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BTS는 지난 729일 멤버 전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7년 그래미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에 따라 나뉘기보다 그 자체로 사랑받고 평가받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BTS가 특정 부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팝 부문 신설 직후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음악의 지역적 구분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새로운 부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그래미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기 어려웠던 아시아권 음악과 창작자에게 별도의 무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아시아 팝 부문에 출품하더라도 올해의 앨범상이나 올해의 레코드상 등 일반 부문에 함께 출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상 체계를 보완하는 장치라는 설명도 가능하다.반면 이미 세계 음악시장에서 소비되는 K-POP을 다시 아시안 팝이라는 지역적 범주로 묶는 것이 또 다른 경계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음악을 지역과 언어에 따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K-POP은 한국에서 만들어져 해외로 수출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적이 다른 창작자들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지의 팬들이 같은 음악을 동시에 소비하면서 하나의 세계적인 음악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결국 논쟁의 핵심은 아시아 음악을 별도로 조명할 필요가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세계화된 음악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한 별도 부문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음악과 창작자를 발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적인 음악을 다시 특정 지역의 범주 안에 가두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이번 선언이 그래미의 오랜 체계를 바꿔놓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결정은 세계적으로 확장된 대중음악과 이를 평가하는 제도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음악의 제작과 소비가 국경과 언어를 넘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평가하는 방식 역시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