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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율 하락과 출판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책을 둘러싼 문화에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굿즈를 수집하거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며 출판사의 콘텐츠를 즐기는 ‘텍스트힙(Text-Hip)’ 현상이다. 책을 단순히 읽는 대상에서 나아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문화로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SNS를 통해 관심사와 일상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책 역시 읽고 끝나는 콘텐츠에서 벗어나, 책을 고르고 소장하며 관련 공간과 상품을 경험하는 것까지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는 디지털 콘텐츠가 일상화된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숏폼과 영상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면서 긴 글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과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독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종이책은 표지와 종이의 질감, 책장을 넘기는 행위 등 손에 잡히는 물성과 느린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책은 읽는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취향과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출판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독자가 책을 접하는 방식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음사다.
민음사는 캐릭터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GS25에서 ‘민음사 빵’을 선보였다. 제품 포장에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활용하고 문학 작품과 연계한 책갈피를 동봉해 일상적인 소비 과정에 문학 콘텐츠를 결합했다. CU에서도 밀리의 서재와 연세우유와 협업한 빵을 선보이는 등 책과 식품을 연결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처럼 출판 콘텐츠를 책 밖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출판사의 역할은 책 소개를 넘어 콘텐츠 제작으로 확장되고 있다. 민음사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출판사와 편집자의 일상, 문학과 대중문화를 결합한 콘텐츠 등을 선보인다. 책을 직접 읽지 않더라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출판사와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힌 것이다.
굿즈와 팝업스토어 역시 새로운 접점으로 자리 잡았다. 책의 표지와 문장 등을 활용한 문구류부터 블라인드 북, 랜덤 상품까지 관련 상품이 소비와 수집의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출판사와 브랜드가 책을 중심으로 한 굿즈와 콘텐츠를 선보이며 독자와 만났다. 독자는 책뿐 아니라 상품과 공간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와 출판사의 정체성을 경험한다.
책을 접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독자가 출판사와 만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나 굿즈, 팝업스토어를 통해 출판사와 작품을 먼저 접한 뒤 책으로 관심을 넓히는 경우도 나타난다. 출판사는 책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상품, 공간을 결합하며 독자와 만나는 문화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텍스트힙은 책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독서량 증가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책을 고르고 소장하는 행위에서 나아가 콘텐츠를 보고, 상품을 수집하고, 공간을 경험하며 취향을 표현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출판사 역시 책을 일상 속 다양한 경험과 연결하며 독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