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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그림으로 널리 기억되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MMCA 이건희컬렉션: 이중섭》이 지난 7월 23일부터 9월 27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이중섭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간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다. 가족과 아이들, 고향, 소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으며, 특히 힘찬 선과 역동적인 형태로 표현한 소 그림은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의 작품을 하나의 대표 이미지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그의 예술세계를 두 개의 축으로 풀어냈다. 제3전시실에서는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형상과 다양한 매체를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으며, 제4전시실에서는 아카이브와 연보를 통해 작가의 생애와 시대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의 형식에서 출발해 그 배경이 된 삶과 시대까지 시선을 확장한 구성이다.
제3전시실에서는 작품을 제작 시기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형상과 주제에 따라 배치했다. ‘고향의 기억’, ‘메신저: 닭과 새’, ‘그려지는 가족’, ‘아이들, 게와 물고기’, ‘현해탄 너머의 가족’, ‘삶이 지나간 자리’, ‘황소: 다시 서는 몸’ 등으로 나뉜 전시는 가족과 아이들, 닭과 새, 게와 물고기, 소 등 이중섭이 지속적으로 그려온 대상을 보여준다. 특히 소는 굵고 거친 선과 역동적인 형태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드러내며, 전쟁과 피란,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작가의 삶과 함께 살펴볼 때 다양한 의미로 읽힌다. 또한 회화뿐 아니라 은지화, 엽서화, 편지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같은 형상이 재료와 표현 방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제4전시실에서는 작품을 둘러싼 시선을 작가의 삶과 시대까지 확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생전 전시 리플릿과 출판물, 문예지부터 사후 발간된 작품집과 평전, 연구서 등을 소개했으며, 이중섭미술관과 협력해 제작한 연보도 함께 선보였다. 작품과 기록을 나란히 살펴보며 가족과 아이들, 고향, 소와 같은 소재가 작가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을 대표하는 황소에서 출발해 그가 반복해서 그린 다양한 형상과 매체, 작품을 둘러싼 삶과 시대까지 시선을 넓혔다. 익숙한 황소 그림을 넘어 여러 작품과 기록을 함께 살펴보며 이중섭의 예술세계를 하나의 이미지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엇을 그렸는지뿐만 아니라 무엇을 반복해서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따라가며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전시였다.
글 ‧ 사진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