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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영화를 벗기다) 빌런 히어로에 열광하는 대중들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694 등록일2020-04-20

지난해 개봉하여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이끌었던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조커>는 우리나라에서도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조커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주인공 아서 플렉은 고담시의 광대이다.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그이지만 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반응은 무시와 멸시뿐이다. 아서는 이유 없이 웃는 병과 망상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혐오와 무시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나 아서는 웃음을 잃지않았다. 어느 날, 한 병원의 어린이 병동에서 광대 공연을 하다가 호신용으로 소지하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해고 당일 저녁, 지하철에서 취객 3명이 한 여성을 폭행하였고 그 여성이 주위에 있는 유일한 승객이었던 아서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낸다. 하필 그때 웃는 병이 발병한 아서는 미친 듯이 웃었고 취객 3명은 아서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서는 소지하고 있던 총으로 그들을 차례대로 죽인다. 조커의 시작이었다. 조커(아서)는 그 이후로도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살인을 저지른다. 취객 3명을 포함하여 조커에 살해를 당한 사람은 대부분 고담시의 중산층 이상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뉴스에선 아서가 당한 폭행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으며 오직 3명의 선량한 시민이 무고하게 살해당했다는 듯 보도한다. 조커의 만행에 도시의 하층민들은 열광했다. 너도나도 조커 분장을 하고 도시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빌런 히어로의 탄생이었다. 그는 결국 인기 생방송 TV쇼인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서 총격 사태를 일으키며 감옥에 갇힌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충격적이거나 신선하다는 판단이었다. 조커를 비판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버즈 오브 프레이>의 주인공 할리 퀸(마고 로비 분) 역시 빌런 히어로이지만 미워할 수 없다. 이미 2016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매력을 뽐내며 많은 팬을 모았던 할리 퀸은 이번 영화에서도 많은 매력을 발산했다. 평소 많은 적을 두고 있던 할리 퀸은 애인이었던 조커와 헤어지자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지게 되고 그 소식을 듣고 원수를 진 인물들이 복수를 다짐하고 할리 퀸은 위기에 놓인다.

할리 퀸은 연이은 협박에 도망 다니며 많은 기행을 일으키고 다닌다. 그럼에도 대중들한테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빌런임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통적으로 두 주인공은 절대적인 악역이 아니다. 조커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위선적인 자들과 자신에 해를 가한 이들만을 공격하였으며 할리 퀸 역시 더 극악무도한 악역을 상대로 맞선다. 또한 예전처럼 절대적인 선()을 추구하지 않는 세상의 관점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다 받아주고 맞춰주던 아서가 조커로 변절한 것과 본인의 이득에 따라 행동하는 할리 퀸이란 인물은 이득과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세대 사람들의 성격을 반영하여 공감대를 형성시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커와 할리 퀸만이 가진 특성도 한 몫한다.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아서 플렉과는 달리 범행을 저지른 후 노랫소리에 맞춰 담배를 물고 춤을 추며 여유롭게 계단을 내려오는 조커의 모습. 그리고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어리바리하고 엉뚱 발랄한 매력의 할리 퀸. 이 둘의 매력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중들이 빌런 히어로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글 이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