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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517호] 문학 산책-여름밤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507 등록일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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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 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여름이라 하면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돌아가는 에어컨의 바람을 맞으며 학원 가기 전에 수박을 먹는 장면이 생각난다. 학원은 피아노 학원이어야만 하며, 꼭 바닥에서 삼각형으로 잘린 수박을 먹는 장면이어야 한다.

여름밤이라 하면 열대야 속에서 애써 잠들기 위해 눈을 감고 꼿꼿하게 누운 내가 생각이 난다.

나는 여름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여름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덥기도 하고, 특히나 비가 온 후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기 중에 있는 물방울이 내 얼굴에 달라붙는 느낌 때문에 여름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 시에 나오는 아버지는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여름이 짧아서 아쉽다는 말일까? 아니면 그나마 하루 중 제일 시원한 시간인 밤이 짧아서 아쉽다는 말일까?

아마 아버지가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마당에 앉아서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쏟아지는 듯한 별들을 바라보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그 풍경을 좋아하시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풍경을 즐기기엔 아침이 너무 일찍 찾아와 아쉽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해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조금은 시원해진 여름밤의 온도와 바람, 소리, 습도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글 임현지 기자

그림 이주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