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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간혹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음향에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더빙을 사용했기 때문이며, 그 이유에 관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보통화 구사 능력의 문제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중국은 지역마다 방언이 제각각이어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따라서 드라마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한다. 즉 중국 정부에서 정한 표준어인 ‘보통화’이다. 베이징이 수도라서 무조건 표준발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베이징은 얼화 발음이 심해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화 발음은 단어 뒤에 ER이라는 소리를 더해서 말한다. 중국에서는 타지역 사람과 얘기할 때 보통화를 써야 하는데,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보통화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통화 구사를 잘하는 좋은 성우들로 더빙하고 드라마에 자막도 같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발음, 발성, 연기 삼박자가 모두 맞는 배우는 드라마나 영화 속 다른 배우의 더빙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최근 반영하는 현대극 같은 경우 배우 본인의 더빙이 많아지고 있다.
두 번째는 동시녹음이 후시녹음보다 훨씬 비싸고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촬영할 때 보면 배우들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털복숭이 물체를 본 적 있을 것이다. 동시녹음 할 때 사람 목소리를 담는 마이크로 여기에 담긴 목소리를 영상에 입힌다. 이 작업은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데 아직 중국에서는 이 정도의 제작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중국은 세트장에서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세트장의 공간을 나누어 여러 드라마를 동시에 찍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에서 음성을 추출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촬영장의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 또한 길거리 등 외부에서 찍을 때는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 소리를 일일이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해 녹음하기 어렵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 중 잡음 때문에 NG를 내는 경우도 많은데 방해요소를 전부 신경 쓰다보면 제작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 감독 입장에서는 소리와 화면 양쪽 다 신경 쓰기보다 화면에만 집중하는 것이 편하기에 후시녹음을 선호한다.
마지막 이유는 배우들의 이미지 문제이다. 어떤 배우는 묵직한 목소리가 어울리는 외모지만 가는 목소리를 내고, 또 어떤 배우는 부드러운 외모인 반면에 목소리가 굵고 거칠다고 생각해 보자. 각 개인의 장점이자 매력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배역에 있다. 장군 연기를 해야 하는데 얇고 찢어지는 목소리라면 어울리지 않게 된다. 따라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오히려 다른 사람의 더빙을 넣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빙 작업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애니메이션에 더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 드라마에 더빙을 한다고 했을 때 약간 의아하면서 신기했다. 중국은 영토가 크고 지역차이로 인한 방언 때문에 더빙하는 것으로 생각하다가 중국의 음향적 특성과 더빙의 복잡한 배경을 알고 나자 중국의 언론매체 문화를 엿볼 수 있었고 동시에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글 사진 황윤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