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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을 언제어디서든 연결하게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모두가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다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비해 내면은 텅 빈 고립감에 시달린다.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도, 경제도 아닌 ‘사랑의 결핍’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흔히 개인 간의 감정적인 관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 타인에 대한 이해, 공감, 존중, 관심을 포괄하는 인간다운 감정이자사회의 본질적인 기반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점점 타인에게 무관심해지고 불신과 혐오의 시선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특히 SNS를 통해 익숙해진 비난 문화는 이제 현실에서도 거리낌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익명성과 속도에 길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실수나 다름에 대해 참거나 이해하기보다 단호하게 지적하고 몰아세우는 데 익숙해졌다. 타인을 향한 언어는 거칠어졌고, 툭 던진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공공장소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비판이 앞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SNS에 올라온 비난적 게시글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개인의 관점이 아닌 집단의 감정에 휩쓸려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아지며, 사실 확인 없이 확산되는 무분별한 혐오가 사람 간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에 사랑과 공감이 결핍되어 있다는 증거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인격 전체를 부정하고 삶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태도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사랑이 자리해야 할 곳에 차가운 판단과 감정적 폭력이 들어섰고, 그 결과우리는 서로를 점점 두려워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아이들은 공감보다 성과를 먼저 배우고, 어른들은 여유와 배려보다 생존을 우선시한다. 공동체는 약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벽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사랑이 사라진 자리는 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무관심이 차지한다. 이러한 사회는 결국불안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도 어려워진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관계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작지만 진심 어린 관심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작은 친절을 건네며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고 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나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이다. 그 회복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진보의 시작이 될 것이다.
글 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