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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51호] 익숙함 속에서 다시 만난 나 4박 5일 도쿄 여행기 새글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2 등록일2025-07-03

종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곧바로 여행길에 올랐다. 자유로운 시기가 오면 꼭 국내외를 마음껏 여행하겠다는 다짐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품어온 나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 다짐 속에서 자라난 나는 마침내 성인이 되어 대학교 네 번째 학년의 종강을 맞은 6월 13일, 잠시나마 그 약속을 실현하고자 길을 나섰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일본 도쿄였다.


사실 일본은 이미 여섯 차례나 다녀온 익숙한 곳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결코 잦은 방문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되풀이된 선택이었다. 평소 나는 같은 장소를 반복해 찾기보다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새로운 나라를 발굴하는 쪽을 선호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지를 다시 일본으로 정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당초 계획은 튀르키예나 호주 같은 낯선 대륙을 탐방하는 것이었지만, 종강 직후 일정상 학교를 다시 방문해야 하는 상황 탓에 장거리 이동은 어려웠다. 결국 가장 익숙하면서도 타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함께 떠난 동생은 이번이 일본 첫 방문이라는 점도 도쿄행을 결정짓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총 4박 5일간의 짧지만 밀도 높은 일정이 이어졌다. 동생과 나는 여행 성향이 상당히 달랐기에 첫째 날과 넷째 날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방식으로 도쿄를 경험했다.


첫날은 숙소에 함께 도착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일정을 공유했고 넷째 날은 함께 도쿄 디즈니씨를 방문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하루의 끝에는 마주 앉아 저녁을 함께하며 각자의 하루를 나눴다.


이번 도쿄 여행은 단순한 반복 방문이 아니었다. 익숙함 속에서도 매번 다른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사유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거리의 소리, 사람들의 표정, 계절의 공기. 그 모든 것이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특히 동생의 첫 일본 여행을 곁에서 지켜보며 처음이라는 감정이 지닌 순수한 호기심과 설렘이 여행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반복되는 장소도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이 단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같은 거리와 풍경이었지만, 동생의 신선한 반응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 또한 처음 보는 듯한 시선으로 도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익숙하던 골목도 새로운 표정으로 다가왔고,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도쿄에서 보낸 5일은 비록 짧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내면의 작은 떨림들과 생각의 갈래들이 정리되는 듯한, 차분하면서도 다층적인 여행이었다. 익숙한 공간에서도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반복된 풍경 속에서 나 자신의 변화와 성장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낯섦보다 익숙함이 더 깊은 통찰을 선사한다는 것을 이번 여정을 통해 다시금 실감했다.


글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