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지금 대한민국국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나열하면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최전방 경계 초소에서 실탄 없이 경계를 섰고, 연합국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해 요격 태세를 갖췄으며, 각 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씩만 놓고 보면 논란이고, 한꺼번에 보면 위기다.
최전방이 빈총을 들다
가장 먼저 터진 것은 전방 경계 문제였다.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육군 최전방 군단에서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채 경계근무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총기에 실탄을 삽입하는 대신 탄통을 옆에 비치해 두는 방식으로 이른바 ‘빈총 경계’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K6는 GOP와 GP에서 북한의 기습 도발과 MDL(군사분계선, Military Demarcation Line) 침범에 초 단위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공용화기다. 오발 사고를 우려한 조치란 해명이 나왔지만, 변명이 될 수 없다. 북한이 MDL 일대에 대전차 장애물과 방벽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며 사실상 요새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최전방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인상은 전쟁 억지력에 치명적이다.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빈틈없는 대비 태세라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맹 자산에 총구를 겨누다
동맹 자산과의 소통 실패도 잇따랐다. 육군 1군단이 미군 무인기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요격 태세를 갖춘 사건이 발생했다. 피아 식별 실패는 단순한 행정 오류가 아니다. 한미연합방위 체계가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국회 국방 위원 측은 미군 통보 체계 간의 간극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전쟁 발발 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와 함께 전장에 투입된다. 유사시에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적과 싸우기 전에 전우의 자산을 겨누는 셈이 된다.
강대국이 가지 않은 길
사관학교 통합 논란은 결이 다르지만, 파장이 작지 않다. 정부는 미래전 대응과 합동성 강화를 명분으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단일한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군사력 순위 5위권 안에 드는 강군이다. 세계 군사 강국중에서 하다못해 중국과 러시아도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각 군의 전통과 전문성을 독립된 교육 기관에서 길러내는 방식은 군사 강국들이 수십 년, 수백 년간 유지해 온 체계다. 세계 어느 군사 강국도 가지 않은 길을 근거도 없이 서두르는 것이 과연 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검증을 거부한 리더십
우리는 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관의 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현재 대한민국 국방부를 이끌고 있는 안규백 장관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 이의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다. 문민 통제라는 원칙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본인부터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이다. 그는 과거 복무 당시 탈영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의혹은 생각보다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바로 병적기록부를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공개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방법은 회피가 아니라 공개다. 아무리 개혁을 잘하더라도 임기 내내 의혹이 따라붙는 장관은 신뢰도가 떨어지며 이것은 군 기강을 해이한 일까지 이어진다.
민간 출신 장관이 군을 이끄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민 통제는 민주주의 국가가 군을 다루는 정상적인 방식이다. 문제는 리더십의 전제 조건이다. 장관 스스로가 검증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군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글 이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