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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17호] 덕명 한소리-오이 싫어하는 사람들 모여라!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759 등록일2021-06-29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못 먹는 음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오이이다. 사실 오이를 싫어하게 된 큰 계기는 없고 어렸을 때부터 냄새만 맡아도 진저리쳤다. 오이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그나마 덜할 때 엄마를 따라 얼굴에 오이 마사지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얼굴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이와 나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냉면, 쫄면, 김밥, 회덮밥, 샌드위치, 샐러드의 공통점은 나를 신중하게 만드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 음식들을 먹을 때 난 오이가 들어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주문할 때도 오이 빼주세요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하다 오이를 빼지 않으면 오이 향이 다른 음식 재료에 배여 그 음식은 거의 못 먹고 남기게 된다.

오이는 특히나 여름철에 많이 보이는 음식이다. 오이냉국을 시작으로 오이소박이, 오이무침뿐 아니라 차가운 면 종류에는 빠짐없이 들어간다. 차가운 면 종류의 경우에는 고명으로 정갈하게 올려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국물과 마구 뒤섞여 있기 경우도 많아 아예 손도 못 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오이 관련 충격적인 제품들이 나왔다. 그것은 바로 오이 탄산수오이 에이드였다. 나를 포함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경악할만한 제품이었다.

오이는 음식뿐만 아니라 미용 제품으로 정말 많이 사용된다. 오이는 자외선으로부터 손상된 피부를 진정시켜주기도 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보습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오이 비누, 오이 마스크 팩, 오이 클렌징크림, 오이 수딩젤 등 정말 다양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물에 들어가기 전 거의 모든 곳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그런데 손 소독제 중에도 오이 향이 나는 제품이 종종 있다. 손 소독제는 향이 은근히 깊게 배어 손을 닦아도 조금씩 향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 사용 전에 손 소독제에 오이 비슷한 그림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사용하곤 한다.

이런 오이와 관련한 모든 제품을 증오하는 나보다 오이를 더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다. 심한 친구들은 참외와 수박, 멜론조차 먹지 못한다. 이 과일들에서 특유의 오이 비슷한 향이 나기 때문이다. 나도 가끔 수박을 먹을 때 오이와 비슷한 향을 느끼긴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아마 오이를 잘 먹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오이와 수박, 참외 등은 같은 박과 식물이라고 한다. 이들은 친척 관계로 봐도 무방하다. 오이에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은 박과 식물이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참외와 수박에도 포함된 것이다. 어쩌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미각이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성인이 되고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일명 오싫모커뮤니티가 존재했으며 팔로우가 9만이 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관련 게시글에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선언이 올라와 2.4만 개의 좋아요3.2만 개의 댓글이 달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시글에 의하면 냉면을 주문할 때 오이 빼주세요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 오이 걱정 없이 맘 놓고 편의점 샌드위치를 살 수 있는 세상, 김밥에 오이를 젓가락으로 일일이 빼느라 김밥이 흐트러지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 학교 급식에 오이가 나와 고통받는 청소년 어린이가 더 이상 없는 세상,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등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극도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나 또한 매우 공감했다. 댓글에는 사람들이 오이로 겪은 온갖 수난사들이 달리며 서로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난 이 광경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휴대폰 케이스도 나오기도 하였다. 케이스에는 ‘STOP CUCUMBERS’, ‘냉면에 오이를 넣지 마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오이 그림이 그려져 일명 오이 싫어 케이스로 불리고 있었다. 나도 진지하게 하나 살까 고민했지만 싫어하는 오이를 매일 볼 생각에 끔찍해서 바로 그만두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인간의 7번 염색체는 TAS2R38이라는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 역할의 유전자가 있다. TAS2R38은 쓴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 둔감하게 반응하는 유형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를 PAV라고 하고, 후자의 경우를 AVI라고 한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PAV일 가능성이 높고 쓴맛을 느끼는 정도가 AVI보다 100~1,000배가량 높다.

또한 오이 특유의 향은 알코올의 일종인 노나디에놀과 노나디엔알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처럼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 편식이 아니라 본능과 유전자에 의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무작정 먹어보라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그저 먹기 싫어서 회피하는 것만으로만 봐주지 않았으면 한다.

글 홍우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