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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27호] 스페인의 요새 도시, ‘지로나’ 에 방문하다

작성자신문방송국  조회수682 등록일2022-09-07

지난 여름 방학, 시각·영상디자인학과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주최하는 ‘2022 글로벌 디자인 캠프에 지원하여 스페인에 다녀왔다.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던 방문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지나 그 경험을 잊기 전에 내가 보고 느낀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노란 리본

지로나는 스페인의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첫째 날,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거리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건물 발코니에 걸린 노란 리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페인은 크게 수도인 마드리드가 속한 카스티야 지역과 바르셀로나, 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카탈루냐 지역은 오래전부터 자치 독립을 주장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랫동안 두 지역 사이에 생긴 갈등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 때문에 카탈루냐 지역 주민들은 간접적으로나마 독립 의사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노란 리본을 거리에 걸어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기리기 위해 노란 리본을 상징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흥미로웠다.

산트 페레 데 로데스 수도원

산 페레 데 로데스 수도원은 옛 베네딕토회 수도원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11세기 초에 지어진 이 건물은 순례지로 당시 가장 중요한 수도원이었다. 지로나는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가까운 도시로, 1700년 후반 이베리아 반도 전쟁과 프랑스 혁명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전쟁의 피해를 보았다. 결국 1789, 수도원을 지키던 베네딕토회 공동체는 수도원을 버렸고, 그 뒤로 수도원은 쇠퇴했다.

현재 산트 페레 데 로데스 수도원은 역사적, 예술적 유산을 인정받아 카탈루냐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다. 고도가 높은 곳에 있어서 주변 자연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곳곳에 부서진 부분과 이를 복원하려 애쓴 흔적들은 이곳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주었다.

에펠 다리와 지로나 대성당

지로나는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어 있다. 숙소가 있는 신시가지에서 볼거리가 많은 구시가지로 가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는 에펠 다리이다. 에펠 다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지은 건축가 알렉상드르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다리로, 빨간색 철조 구조물이 다리를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다리를 건너 중간에 서면 예쁜 건물들과 다리 밑 강이 한눈에 들어와서 사진 찍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구시가지 안쪽으로 경사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무수한 계단 위에 서 있는 지로나 대성당을 볼 수 있었다. 휴대폰 카메라로 다 담기지 않을 만큼 높은 성당이었는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배경을 통해 알 수 있듯 웅장하고 위엄이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현지 친구들의 소개로 작은 음악 페스티벌이 있던 날, 야경과 함께 멀리서 바라본 지로나 대성당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스페인에는 시에스타는 점심을 먹은 뒤 잠시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다. 오래전부터 날씨가 온화한 국가에 있는 문화인데, 스페인도 그중 하나이다. 스페인은 열정의 나라라고 알려졌지만 내가 느낀 스페인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곳이어서 현지 사람들이 편안해 보였다. 특히 지로나는 생각보다 매력적이고 활기찬 도시였고, 활자로는 다 담지 못할 만큼 낭만 있는 곳이었다. 스페인의 방문은 우리나라와 다른 음식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바르셀로나가 스페인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지로나 역시 스페인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도시이다. 스페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지로나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이주희 편집기자